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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딛고 국제사범으로 ‘우뚝’ 국기원 공인 4단 김지수씨

국제사범·심사위원 자격 획득
일반인도 해내기 힘든 ‘기적’
헌신적인 엄마 보살핌 결실

지난해 UC버클리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김지수(왼쪽)씨가 국기원이 발급한 국제 사범 자격증과 심사위원 자격증을 김진섭 사범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김인숙씨 제공]

지난해 UC버클리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김지수(왼쪽)씨가 국기원이 발급한 국제 사범 자격증과 심사위원 자격증을 김진섭 사범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김인숙씨 제공]

남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의 생각은 달랐다.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반복했던 일상과 놓치지 않았던 ‘할 수 있다’는 희망이 기어코 오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폐 청년 김지수(35)씨는 지난해 8월 UC버클리에서 열린 국기원 주최 국제태권도사범 및 태권도 승품·단 심사위원 자격연수에서 당당히 국제사범 자격증과 심사위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적 장애 3급. 70이 안되는 IQ로 3세 때 자폐 판정을 받은 지수씨가 일반인도 어렵다는 사범 자격증을 따냈을 땐 모두 기적이라 얘기했다.
 
엄마 김인숙씨는 “6살때 한국에서 동네 태권도장을 보내면 1시간 내내 울고만 왔다”며 “그런데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며 절대 시간이 지나기 전에 데리고 나오지 말라는 테라피스트의 권고로 무작정 뒀는데 그때 배려해주신 설악 태권도장 관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6살부터 시작한 태권도를 2003년 이민 온 미국에서도 계속 시키려 했지만 자폐아를 받아주는 도장은 없었다.  
 
엄마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모든 도장의 문을 두드렸고 당시 지수씨를 받아준 한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있었던 용호재씨와 인연이 닿았다.
 
이후 리돈도비치의 개인 태권도장을 오픈한 용씨를 따라 지수씨는 한인타운에서 왕복 5~6시간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태권도를 수련하러 다녔다.  
 
그렇게 지나간 세월이 꼬박 15년. 그 사이 지수씨는 공인 4단까지 취득하며 지도사범(instructor)으로 자격도 얻어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용씨의 권유로 마스터 코스까지 도전한 지수씨는 지난해 8월 국제 사범과 심사위원의 자격까지 당당히 얻게 됐다.  
 
소감을 묻자 지수씨는 “제일 행복했다”며 “태권도는 너무 어렵다. 하지만 도전해서 좋다. 나도 해낼 수 있다”고 답했다.  
 
지수씨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늘 아들의 뒤를 지켰던 엄마 김인숙씨가 있었다.  
 
남편을 한국에 두고 아들과 무작정 미국으로와 홀로 키운 지 20년. 극성스러운 엄마에 아이가 고생한다는 남편의 타박에도 악착같이 미국 행을 택한 건 아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주고 싶은 일념 때문이었다.  
 
무작정 발로 뛰며 각종 장애 지원 프로그램 정보를 수집했다. 영어가 안됐지만, 통역관을 데려가 설득하고 다녔다.  
 
엄마들의 긴 대기 줄로 최소 8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태프트 칼리지의 독립 프로그램은 매일같이 찾아오는 김씨의 정성에 감동한 학교 관계자도 감동하게 했다.
 
지수씨는 지난 2021년에는 15년의 노력 끝에 운전면허증도 취득했다. 독해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지수씨는 필기시험 공부만 10년이 넘게 걸렸다.  
 
김씨는 “아들이 운전 연습을 할 때면 간이 발에 떨어질 거 같이 걱정될 때도 잦았다”며 “하지만 죽기 아니면 살기로 아들과 같이 매일 같이 차를 타고 주변을 돌며 머릿속에 모든 게 입력될 수 있도록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들에게 늘 인생은 동전 한 닢과 같다고 가르쳤다. 좋은 게 있음 싫은 게 있고,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심었다”고 말했다.
 
동생 지웅씨는 형이 면허를 취득하자 곧장 차를 선물했다. 엄마 김씨는 “어릴 적부터 형을 끔찍하게 챙겼는데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들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말에 “오늘처럼만 건강히 지내줬으면 한다”고 전하면서 “지수를 위해 항상 120%를 해왔다. 엄마니까 가능한 일.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지수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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