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약] 다이어트보다 운동
운동인가 다이어트인가. 새해 건강을 위해 단 하나만 결심한다면 더 나은 선택은 운동이다. 2021년 미국 연구팀이 체력, 체중, 심장 건강과 장수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결과 운동이 체중 감량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도 신체활동을 충분히 하면 심장병, 조기사망위험이 감소한다.체중 감량이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만한 사람이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조기사망위험이 16% 가량 낮아진다. 하지만 동일한 사람이 운동을 해서 체력을 향상시키면 조기 사망 위험이 30% 이상 떨어진다. 운동해서 살이 빠지지 않더라도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
왜 운동 효과가 다이어트보다 나을까. 다이어트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뒤에도 요요 현상으로 체중이 다시 증가할 공산이 크다.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당뇨병·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만성질환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반대로 운동은 지방을 저장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운동할 때는 피하지방보다 꺼내 쓰기 쉬운 내장지방을 먼저 사용한다. 내장지방이 줄어들면 당뇨병·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위험도 함께 줄어든다.
그렇다면 얼마나 운동해야 유익할까. 조금만 해도 된다. 하지만 운동 강도가 중요하다.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 의학’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에 1~2분 정도로 짧은 시간 운동을 세 번만 해도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약 50%,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거의 40% 줄어든다. 직장인이 지각을 피하려고 뛰는 듯이 빠르게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정도의 활동으로 건강에 크게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규칙적 운동을 하지 않는 평균 60세 영국인 2만5000명을 7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다.
2020년에도 노르웨이에서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었다. 70대의 비교적 건강한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세 그룹으로 나눠 5년 동안 하루 30분 걷기, 일주일 2회씩 50분 중간 강도의 운동, 일주일 2회씩 4분 동안 격렬한 운동을 하도록 한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짧지만 격렬한 운동을 한 참가자가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2회 4분씩 고강도 운동을 할 경우 매일 걷기를 한 사람보다 2%, 매주 2회 중간 강도 운동을 한 사람보다 3% 사망 가능성이 낮았다.
매주 2회 짧은 고강도 운동이 가능하다면 가장 좋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매일 걷기가 주 2회 중간 강도 운동보다 약간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짧은 운동 뒤에 일시적으로 숨이 차서 말을 하기 힘든 정도라면 고강도 운동이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전문가와 상의한 뒤에 자신에게 적절한 운동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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