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터치] 수요의 종말, 뉴 디맨드
보릿고개 같던 코로나19 끝나가
새 시작하는 그라운드 제로 상황
위축된 수요를 다시 창출하려면
기존에 없던 매력요소 찾아내야
특정 산업과 자영업자들에게는 현대판 보릿고개와도 같았던 길고 긴 코로나19가 끝나간다. 하지만 지난했던 고비를 넘기고 나자 치솟는 물가에 보복소비도 끝을 보이며 수요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려하던 빅스텝이 연이어 단행되고 지속된 원화절하로 불안감도 증폭되었다.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이 만들어 놓았던 것들을 원점으로 돌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그라운드 제로 상황이지만 그사이 많은 것이 변했고, 기존과 같은 방법만으로는 회복하기가 어려워졌다.
우리는 상징이 우선시되고 기능이 후순위가 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히 당장 필요하지 않음에도,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에 솔깃해지고 허를 찌르는 참신함 앞에 소비자들은 무너진다. 그런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날 때 우리의 뇌는 스스로 구매할 이유를 찾는다. 소비가 얼어붙는 수요 종말의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자기합리화를 일으킬 만한 매력, 신선하고 거부할 수 없는 니즈를 창출해야만 다소 절망적인 내일의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다.
다시 말해 너무 획기적이어서 필요한지조차 혹은 갖고 싶은지조차 생각해본 적 없는, 그런 대체불가능한 수요를 창출해내야 한다.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비용은 증가하는 진퇴양난의 경영환경에서도 불가항력적으로 매력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 개발전략을 ‘뉴 디맨드’(New Demand) 전략이라 한다. 이는 제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브랜드와 기업, 그리고 사람 역시 그러하다.
뉴 디맨드 전략은 표준화와 거리를 두고 있으며 창조성과 자율의지를 내포한다. 미운오리새끼의 교훈처럼 남과 달라야 하고 대체불가능함을 입증하겠노라는 자율의지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가장 저항이 적은 길을 선택한다.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경우는 더욱이 그렇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보장은 없다. 심지어 진부한 이미지가 따라붙거나 확인된 시장에 따라 들어간 카피캣의 오명을 주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변화하지 않는 관성이 고착화할수록 기업의 가치는 구멍 난 타이타닉처럼 서서히 함몰하게 된다.
뉴 디맨드 전략은 퀀텀 점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판의 흐름을 바꾸는 영리한 플레이를 기획하는 것이다. 득점을 많이 해야 이기는 게임판을 실점을 줄여야 이기는 시장으로, 속도가 중요했던 시장을 방향이 더 중요한 시장으로, 100점 만점이던 시장을 A-, B, C+와 같은 등급제의 시장으로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합심하여 작은 성공들을 쌓아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조금씩 점유율을 높이면서 숏패스를 이어 공격기회를 만드는 빌드업 축구처럼 말이다. 실제로 오늘날 당장의 매출을 넘어 앱의 활성유저 수(MAU, DAU)나 재방문율, 매장 체류시간이나 소셜 버즈, MOU를 맺고 공동성과를 창출한 기업의 수 등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 사업도 늘고 있다.
뉴 디맨드 전략은 창조성과 자율의지를 요구한다. 없던 수요를 창출해 시장과 소비자들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사지 않아도 되는 수요를 억지로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본인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수요를 발견하고 창출하라는 것이다. 너무 혁신적이어서, 너무 취향저격이어서, 너무 필요했었는데 그동안 없었기에 사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대체불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가장 큰 적인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신감보다 진정성이 필요하다. 대체불가능한 진정성이야말로 뉴 디맨드 전략의 핵심이다. 2023년에는 평균주의의 관성에서 벗어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무장한 뉴 디맨드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뉴 디맨드는 엔데믹이 함께하는 그라운드 제로 상황에 반드시 필요한 생존전략이다.
이향은 /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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