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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온고지신

매번 반갑다. 조용하게 홀로 앉아 신문과 함께 하는 시간은 나의 빼놓을 수 없는 아침 일과다. 여기서 말하는 신문은 물론 전자신문이 아닌 종이신문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없이는 잠시도 견디지 못한다. 친구인 듯한 젊은 남녀 넷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아무런 대화도 없이 각자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장면을 얼마 전 한 식당에서 보고 삭막함을 넘어서 왠지 서글픈 생각마저 들었다.  
 
몇 해 전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사뭇 다른 모습을 보면서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유럽 사람들은 그 당시 휴대폰 없이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휴대폰 통화가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아도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다.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고도 놀랐다. 대신 그들의 손에는 신문이나 책이 들려 있었다. 간혹 전자책(E. BOOK)도 보였다. 미국 대도시에서 봤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요즘 웬만한 것은 이메일로 주고받기 때문에 우체국에 갈 일도 많지 않다. 우표조차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다 보니 우체국에는 소포를 보낼 때나 가게 된다. 그래도 우체부가 다녀가면 습관처럼 얼른 우체통을 열어 보게 되고 어쩌다가 혹 손으로 쓴 글씨라도 발견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스마트폰의 출현은 대화와 독서 시간을 빼앗아 갔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읽을 때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내용을 이해하는 깊이와 집중력에서 차이가 있음을 밝혀냈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읽을 때, 다소 느린 감은 있으나 독자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홀로 종이신문이나 종이책을 읽으면서 가지게 되는 사색의 시간은, 인간의 소통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매일 인터넷에 들어가 필요한 정보를 얻고 지인들과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아직도 이메일보다는 자필 편지가,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전자신문보다는 종이신문이 편하고 더 좋다. 더 정겹게 느껴진다.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마음에 없는 남자와 사랑 없는 결혼을 했지만, 끝내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소설 속의 여주인공을 떠올린다. 때로는 편지 부치러 우체국에 가던 시절의 추억이 낭만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세태에 실증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하면 꼰대의 푸념으로 들릴까.  
 
세월 따라 살다 보니 나도 이제는 웬만한 소통을 인터넷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외출 시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지니고 다닌다.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고 텍스팅이나 통화 시간도 길지 않다. 집에서는 유선 전화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와도 가까운 편이 아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옛것을 간직하고 싶은 심정이다.  
 
굳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옛것을 지켜가며 그것으로 미루어 새것을 익혀 가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고 항변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를 따라가기에 벅찬 한 낙오자의 변(辨)인지도 모르겠다.   

라만섭 / 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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