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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연말 ‘점보 복권’을 사는 사람들

올해 12월에 유독 많이 들은 질문이다. “연말 점보, 샀어?”
 
‘연말 점보’란 무엇인가. 일본인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주요 의식 중 하나다. 전국지자체연합이 발행하는 복권으로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판매하고 12월 31일 당첨 번호를 공개한다. 1976년부터 시작된 연례행사인데 당첨금이 어마어마하다. 올해 1등은 7억엔(약 520만 달러)에, 1등 앞뒤 번호에 각각 1억5000만엔을 주기 때문에 이어진 번호의 복권을 여러 장 샀을 경우 최대 10억엔을 받을 수 있다. 같은 번호가 23장 발행돼 1등 당첨자도 23명. 게다가 일본은 복권 당첨금에 세금을 매기지 않으니, 말 그대로 ‘돈벼락’이다.
 
지난해 일본 복권 판매액(다른 종류의 복권도 포함)은 총 8133억엔(약 61억 달러)이었다고 한다. 연말 점보는 한 장에 300엔이니, 대략 27억장이 팔렸다는 이야기다. 경기가 안 좋으면 복권 판매는 늘어난다는 게 업계 정설로, 올해는 판매액이 더 늘었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전설의 창구’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데, 올해 도쿄(東京) 유락초(有?町) 복권 판매센터 1번 창구에선 연말 점보를 사기 위해 5시간 30분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올해는 각 회사가 연말 보너스를 듬뿍 주고 있어 열기가 더 뜨거웠다. 사실은 실적이 좋아 나오는 성과급이 아니라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월급을 보전하기 위해 주는 ‘인플레이션 수당’인데도 말이다. 지난 11월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3.7 올라 40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지만, 워낙 오래 저물가가 계속된 터라 사람들의 충격은 상당하다.
 


연말 점보 판매 마지막 날이던 23일 저녁 유락초를 찾았다가 ‘1번 창구는 세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의욕을 잃었다. 그냥 당첨 확률 가장 낮은 창구를 찾아 줄을 섰는데 예기치 못한 사태가 닥쳤다. 쇼핑백 가득 1만엔짜리 지폐를 채워 온 한 중년 남성이 20분 넘게 창구를 독점하며 복권을 쓸어 담고 있었다. 덕분에 한 시간을 추위에 떨고서야 ‘연말의 희망’ 1세트(10장)를 손에 넣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연말 점보 1등 당첨 확률은 ‘2000만 분의 1’이다. 일본 인구(1억2500만 명) 전체가 한 장씩 사도 당첨자는 6명뿐이란 이야기.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복권을 산다. 그것마저 없이는 이 겨울을 견디기가 쉽지 않아서일지 모른다.

이영희 /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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