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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나는 친일파인가

아내는 나더러 친일파라고 한다. 내 나이 또래끼리 일본말 몇 마디 주고받았다고 친일파로 본다면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일본 먹을거리는 좋아했다. 특히 팥고물이 든 말랑말랑한 찹쌀떡을 좋아했다. 요즘도 간장, 참기름, 메밀국수, 어묵 같은 식품은 일제를 선호한다. 그러나 나는 일본 군국주의는 싫어한다. 소름이 돋는다. 북한에서 소학교 때 군국주의 표상인 일본군 오장(伍長)이 훈육 주님이었다. 별명이 ‘마무시’ 살모사였다. 작은 키에 얼굴이 까맣고 표독하게 생겼다. 까만 안경에 군모와 긴 일본도를 차고 장화를 신고 위세를 부렸다. 하루는 우리 4학년 반이 공부 시간에 약간 떠들었다. “너희들 떠들지 말라고 했지. 내가 너희들을 잘못 가르쳤으니 내가 벌을 받아야 한다. 나를 때려라” 하며 정강이를 걷더니 급장에게 회초리를 가져오라고 했다. 급장이 회초리를 들고 머뭇거리니 그것을 빼앗더니 급장의 바지를 올리라고 했다. 그는 힘껏 내려치며 이렇게 때리라고 했다.
 
애들이 자지러졌다. 한 학생, 두 학생, 삼십여 명이 때리니 선생의 정강이 살이 터지더니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살모사는 살모사다. 부동의 자세로 서 있었다. 여학생들은 모두 때리는 척했다. 남학생 가운데 장난을 좋아하는 놈들은 힘껏 때렸다. 요즘 이런 방식으로 학생을 훈육하는 선생은 없을 것이며, 만약 그런 선생이 있다면 아동학대로 처벌 대상이 될 것이다.  
 
군국주의는 온갖 비행과 범죄를 저질렀다. 그 가운데 유명한 것이 위안부다. 나도 기억한다. ‘데이신 다이’, 정신대(挺身隊)란 이름으로 어린 처녀들을 기차로 태워가는 사진을 신문 기사에서 가끔 보았다. 그들은 가난한 집의 딸로 군수품 공장에서 일하여 돈벌이 가는 줄 알았다.
 
이제는 ‘forgive and forget’, 용서하고 과거를 잊을 때라고 생각한다. 하루속히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나는 요즘 NHK 방송을 자주 시청한다. 매시간 뉴스를 보내주고 관광 안내와 음식을 소개해준다. 나는 일본 밥상 차림이 마음에 든다. 맛있는 반찬 서너 너덧 가지로 깔끔하게 차린 일인 분 밥상을 말한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었다. 전남 영광에서 한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네 사람씩 점심상을 차려주는데, 두 부부가 마주 앉았다. 지지고 볶은 30여 가지의 반찬이 나왔다. 물김치와 찌개는 같은 그릇에서 넷이 먹어야 했다. 그 많은 음식을 반의반도 먹지 못한 것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보았다. 어마어마한 낭비다.
 
NHK 방송에서 특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장인 정신이다. 한 메밀 소바 음식점을 소개했다. 텃밭에서 손수 메밀을 심고 길러서 수확하여 가루를 만들어, 매일 점심으로 200그릇만 만들어 판매한다. 모든 작업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한다. 정성을 들인다. 하나도 정성, 둘도 정성, 셋도 정성이다. 나는 친일이나 반일도 아니고 친정성(親精誠) 파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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