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예약 ‘하늘의 별따기’…불법 대행업자 활개
남가주 지역서 10여명 활동
‘매크로’ 이용, 티타임 선점
웃돈 받고 예약 시간 양도
30대 골퍼 제이슨 신씨는 “팬데믹 이후 한인들이 즐겨 찾는 골프장들의 티 타임 예약이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처음에는 골프 인기가 높아져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예약 대행 에이전트들이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인 골퍼들에 따르면 현재 LA, 오렌지카운티 등 남가주 지역에는 10여 명의 골프장 부킹 대행 에이전트가 있다. 이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골프 티타임 예약 대행’ ‘X 실장’ 등 익명의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영업 방식은 간단하다. 부킹 대행 에이전트들은 남가주 지역에서 한인들이 자주 찾는 골프장을 중심으로 티 타임을 미리 대거 확보한 뒤 골퍼들의 문의가 들어오면 그린피 외에 수수료 명목의 양도비를 요구해 수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양도비는 티 타임당 약 30~5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주말 골퍼 박재영씨는 “골프를 함께 치는 친구들이 골프장마다 티 타임이 업데이트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시도해보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입소문을 통해 예약 대행 에이전트들이 주요 시간을 선점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이후부터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웃돈을 주고 티 타임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법 부킹 사례는 상당히 전문적으로 이루어진다. 심지어 자동접속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단시간 내 티 타임을 무더기로 선점하는 사례도 있다. 골퍼들의 포럼인 ‘골프WRX’에도 불법 부킹과 매크로를 이용한 무더기 예약에 대한 불만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을 정도다.
LA시 골프장 역시 팬데믹 이후 “요즘 티 타임 예약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LA시 골프장은 컴퓨터 프로그램 ‘봇(bot)’ 등을 이용한 예약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는 티 타임 예약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웹사이트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불법 에이전트들의 무더기 티 타임 독식은 골프장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 골프장 관계자는 “위약금을 내기 직전의 티 타임이 대거 취소되는 사례도 많다”며 “골퍼들뿐 아니라 골프장 입장에서도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골퍼 중에는 불법 대행 에이전트와 골프장 측 내부 관계자들이 티 타임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골퍼 김모씨는 “골프장 일부 직원들의 도움 없이 이러한 불법 예약이 횡행할 수 있겠느냐”며 “불법 부킹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마치 암표상과 같은 불법 행위인데 경찰이 이 문제를 조사라도 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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