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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한국인의 높은 자살률과 ADHD

20여 년 전 미국 의대생이나, 수련의들이 교과서로 쓰는 정신과 책에서 놀라운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각 나라나 민족의 자살률이 다른데, 이민자의 경우 본국의 자살률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내용도 있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 숫자를 조사한 결과인데, 미국은 10만 명당 12명으로 중간쯤에 속했다. 또 이탈리아나 아일랜드는 10만 명당 10명 정도밖에 안 돼 자살률이 낮았다. 반면 한국은 10만 명당 28명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결국 한인사회의 자살률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슬픈 결론이 나온다.
 
정신과 의사에게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치료하던 환자를 잃는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의 약 80%는 과거 정신 질환 병력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취급하는 많은 정신 질환은 치료가 가능한 것들이다.  
 
최근 한국 방문에서 한국인의 독서량이 많이 줄었다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 바쁜 일상에 각종 스트레스,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국인의 기저에 있는 주의산만증 증상이 독서를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주의산만 및 행동항진증상(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은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상태에선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 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따라서 ADHD가 있어도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고, 행동도 정상적이고, 지능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오죽하면 어떤 사회학자는 ‘ADHD는 돈을 벌기 위해 의사들과 제약 회사가 짜고 만들어낸 병’이라는 주장까지 한다.  
 
그런데 이렇게 ‘병 같지도 않아 보이는 병’의 유전인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인생이 힘들다. “너 또 숙제 인했어?”, “ 아니, 시험은 잘 봤는데 이름을 안 쓰면 어떻게 해?” “공부 시간에 웬 공상이 그렇게 많아?” 이런 말들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서 매일 듣는 아이는 “왜 나를 미워하지?” 아니면 “나는 왜 이런 바보 일까?” 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열등감이 가슴속에 들어앉아 버리는 7~8세 이후에 이 아이는 자신의 고통을 두 가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내게 된다. 사춘기에 제압할 수 없을 정도의 호르몬 영향으로 잦은 싸움과 반항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마약(술이나 담배 포함) 등에도 의존하게 된다. 또 불안, 우울증, 자살 충동, 자해 등의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예민한 감성을 지녀 변화에 예민하다. 또 의존적 성향이 강하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부계나 모계 쪽으로 비슷한 증상을 가진 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주의산만증 증세가 있다며 교사가 정신과 감정을 충고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펄펄 뛰며 반대를 한다. “나도 어린 시절에 똑같았는데, 왜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부모는 이미 25세가 넘어 뇌의 전두엽은 충분히 성숙한 반면 , 아이의 전두엽은 아직 미숙해 감정 뇌에서 올라오는 온갖 감정들을 제압하기 어렵다.  
 
아이의 주의 산만증을 치료하는 것은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도파민을 필요한 제때에 주입해 줌으로써 일상생활을 도와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하는 자신감을 넣어주는 것이다.  
 
이 질환은 아이나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아이를 야단치고, 벌을 줘봐야 큰 도움이 안 된다.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배우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칭찬이나, 상은 큰 효과를 보인다. 칭찬을 듣거나 사랑을 느낄 때는 많은 도파민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약 13% 가량이 주의 산만 및 행동 항진 증세가 있다고 한다. (연대 의대 소아정신과 의사의 2022년도 소견) 이를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는 한 ,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미주 한인들과도 관계가 있는 내용이다. 낯선 외국 땅에서 제 손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슬픈 사건들이 지속할까 우려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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