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노숙자 정책…비상선포 ‘무색’
LA시 홈리스 정책 비난 비등
스키드로 시설 부족, 수용 한계
봉사활동도 제약 많아 어려워
실정 무시한 ‘탁상 행정’ 문제
특히 LA시의회가 지난 13일 노숙자 비상사태 선포안을 통과시켰지만, 구제 단체 등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LA지역에서 선교 단체 등과 함께 노숙자들에게 담요, 방수포 등 생존키트를 나눠주는 배우성 씨는 “노숙자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됐는데 갑자기 비상사태 선포안을 내놓는 게 황당하다”며 “스키드로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고 노숙자들은 사실상 그곳에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LA지역 최대 노숙자 밀집 지역인 스키드로의 상황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LA시 산하 스트리트LA 부서는 스키드로 내에서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약 30개로 추산하고 있다. LA노숙자서비스국(LAHSA)에 따르면 올해 스키드로의 노숙자는 총 4402명이다. 이 중 2695명(전체 노숙자 중 61%)이 셸터가 아닌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화장실 1개를 하루에 약 90명의 노숙자가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노숙자 음식 제공 사역을 진행 중인 아버지밥상교회 무디 고 목사는 “셸터 등 시정부가 내놓는 노숙자 정책들이 있지만, 스키드로 내에서 마약, 강도 등 각종 범죄는 갈수록 극심해지는 상황”이라며 “경찰도 자주 개입하는 지역이 아니라서 힘이 약하거나 노령의 노숙자들은 정작 스키드로에 살지 못하고 한인타운이나 그 외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자뿐 아니라 구제 단체 역시 정부 기관의 미온적 대응, 까다로운 행정 절차 등으로 지원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숙자는 급증하는데 지역별로 구제 활동에 요구되는 규정이 저마다 다른 것도 문제다. 일례로 잉글우드시의 경우 구제 단체별로 1년에 4회만 노숙자에게 식료품 배급이 가능하다. 패서디나시의 경우는 노숙자에게 음식 자체를 주는 것이 불법이다. 최근 샌디에이고 인근 엘카혼시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위생 허가증 없이 식료품 등을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노숙자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자원봉사자 12명이 경범죄 처벌을 받기도 했다.
LA다운타운 등에서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케네스 최 목사는 “원칙적으로 LA시에서는 위생 자격증은 물론이고 규정에 맞는 시설에서 만든 음식만 노숙자에게 나눌 수 있다”며 “노숙자가 워낙 급증하다 보니 시 정부도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지 않지만, "구제 사역도 지역별로 일일이 까다로운 규정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A시의 노숙자 정책은 그동안 계속해서 논란이 돼왔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노숙자 비상사태 선포안을 내놓으면서 시 소유의 건물 등을 파악, 노숙자 거주를 위한 대체 시설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LA타임스는 시 정부와 손을 잡고 시설 일부를 노숙자 주거 시설로 전환한 세실 호텔의 경우 현재 이용 가능한 객실의 약 60% 이상이 비어있는 상태라고 13일 보도했다. 그만큼 노숙자 정책의 실효성을 지적한 셈이다.
한인 노숙자 사역 단체 한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인해 기부도 감소하고 구제 단체들의 활동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데 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은 거의 없었다”며 “이제는 정부가 단순히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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