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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나의 첫사랑

나의 첫사랑을 만난 것은 내 나이 쉰이었다. 나의 첫사랑이 내 품에 안겨졌을 때 나는 너무 황홀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다. 나의 첫사랑은 큰딸이 낳아 내 품에 안겨준 첫 손자다. 직장에 다니는 딸이 종일 둘이서 연애하라고 보내온 첫 손자는 종일 들여다보고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안고, 어르고, 노래 부르며 그렇게 사랑을 속삭였다. 저녁에 딸이 데려갈 때까지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나의 사랑을 돌보는 일에 하루가 다 지나갔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가고 나면 너무 허전해 허둥댔다. 엉금엉금 기다가 일어서서 이것저것 저지레를 치고 빨래통에 들어가 자동차처럼 끌어달라고 조르고. 말을 시작할 때는  ‘함미,함미’ 부르는 소리가 그리도 듣기 좋았다.
 


지금도 앨범 사진을 보면 빨래통 자동차 놀이 모습. 피아노 친다고 뒤뚱거리던 모습이 새롭다.
 
찬바람이 불면 감기가 찾아와 모르는 사이 콧물이 흘러내리면 “함미! 코, 코” 소리에 휴지를 들고 뛰어가면 “에이, 입에 들어갔잖아” 하던 목소리 지금도 생생하다.
 
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함미! 오줌,오줌” 하는 소리에 어느 주택가 골목에 차를 세우고 종이컵으로 오름을 누이는데 얼마나 참았었는지, 아니면 종이컵이 크지 않아서인지 줄줄 넘쳐 내 손으로 흘러내렸다. 이것도 추억 속 한 장면이다.
 
며칠 전 큰딸이 동영상을 하나 보내왔다. 지금 홍콩에 있는 나의 첫사랑이 13분짜리 연설을 한 멋진 동영상이다. 중국어도 잘하지만 이번엔 영어로 한 것인데 너무 의젓하다. 열심히 보고 있는데 남편이 옆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뭘 그리 듣고 있느냐”는 말에 “얼굴 보고 목소리만 들어도 난 행복해요” 라고 하니 “저리 좋을까?”라는 표정이다.
 
그렇다. 난 지금도 그 녀석의 전화 음성만 들어도 행복하다. 나의 첫 손자 31살의 나의 첫사랑이다.  

정현숙·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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