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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잠꾸러기면 수명 단축?

에구, 졸려라. 난 왜 이리 시도 때도 없이 자꾸 졸릴까? 병든 병아리 모양 책상 앞에 앉기만 하면 꾸벅댄다. 어릴 적엔 엄마가 곁에서 감시함에도 소용없다. 공부 좀 하나하고 보면 영락없이 엎드려 자기 일쑤였단다.
 
그리고 반백 년이 훨씬 지난 요즘에도 똑같은 현상이다. 가끔 밤잠 설치는 친구들의 하소연을 들어도 도무지 이해를 못 한다. 왜 잠을 못 잔다는 건지. 난 이렇게 일찍 자도 늦게 자도 아침이면 힘들게 기상해야 하고, 요즘처럼 나이 들어 시간 맞춰 나갈 일 없으니 그냥 늘어지게 잔다. 그래서 건강하다느니 주름도 없다느니 검증 안 된 증거들을 나열하는 친구들 말에 덩달아 그런가 하며 걱정 없이 잘 자며 살고 있다.
 
오늘 아침이다. 동창 톡방에 올라온 ‘장수 식습관’ 이란 제목으로 일본 의사의 의견서를 한국인이 읽어 주는 것을 무심코 화장실 타임에 듣고 있었다. 뭐시라고?  6시간 이하로 잠자는 사람과 9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은 생명이 단축된다는 내용이다. 시간에 상관없이 잘 자는 사람은 건강하고 그만큼 생명도 길어진다고 진짜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던 터 아닌가? 갑자기 후다닥 정신이 번쩍 든다. 큰일 났네 큰일 났어. 나 우짠다요? 잠 많은 것이 뭔 자랑거린 줄 알고 평안으로 휘감아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은 채, 자고 또 자고 늦게 일어나고 내 세상이었는데. 생명을 단축하는 요인이라니. 그동안에 잤던 시간을 세어보니 몇 년의 생명이 단축되었을꼬? 감이 안 잡히면서 바위만 한 두려움이 내게 돌진해 온다.
 
어제 재정 설계사가 모든 연금 뭉뚱그려 매년 죽을 때까지 타 먹게 바꿔줬는데, 나 오래 살아야 그 돈 다 타 먹어야 하는데, 잠 많이 자서 매해 생명 단축이 시행되어 왔다면 이거 보통 낭패가 아니다. 일어나자. 잠이 안 깨서 비몽사몽이라도 일어나라. 걸어라. 얼른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식단 이야기만 했더라면 진짜 낭패일 뻔 했다. 그래. 그동안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에게 은근히 어깨 으쓱거리던 거만함 살그머니 접어 감추자. 그들의 고통을 위로 하면서 억지로라도 동참해 보자. 눈 비비며 졸림 참아 내자.  앉아서 컴퓨터 작업하고, 동영상 보던 습관도 바꾸자. 앉으면 졸리니까. 글 쓰다가도 졸고, 드라마 보다가도 졸고, 하물며 열심히 먹는 시간에도 끄덕이며 졸던 습관을 확 바꿔야 내가 산다.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무조건 일어서라. 졸리면 벌떡 일어나서 움직인다. 몇 발 걸어 보니 잠은 후다닥 깬다. 외출한다고? 아무 데나 갈 곳을 만들어라. 누구든 편한 사람 불러내서 밥 한 끼 먹어라. 이게 나이 들어 생긴 것이라면 잠깐 슬퍼졌을 거다. 그런데 아니지 않은가. 난 어려서부터 이래왔던 걸 선명하게 기억한다. 문득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가 잠꾸러기 속에서 안 나왔달 가봐 그렇게 잠이 많으냐”고 고개를 저으시던 한탄의 소리. 맞아, 엄마는 잠꾸러기였고, 환갑 겨우 지나자마자 긴 잠으로 빠지셨다. 다행히도 난 엄마와 식단이 다르다. 엄마는 육식 위주, 난 채식 위주. 그래서 난 엄마보다 훨 오래 살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잠을 줄여서 생명을 연장해 보리라.

박기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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