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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설렁탕 한그릇 값에 판 양심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참으로 낯뜨겁다. 멀쩡한 사람들이 ‘무전취식’이라니….   4년 만에 돌아온 LA한인타운 월드컵 응원 현장에서 벌어진 ‘단체 무전취식’의 꼴불견 말이다. 이런 뻔뻔한 행동은 한인사회 명예에도 먹칠을 하는 것이다. 현장은 지난 달 24일 한국-우루과이의 예선 1차전이 열렸던 LA한인타운의 해마루 식당. 식당 측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맞아 특별 이벤트를 실시했다. 예선 3차전까지 한국이 승리하면 설렁탕 공짜, 무승부면 설렁탕 반값을 받겠다고 홍보한 것.  
 
 업주는 LA한인타운 타운 활성화와 한인들이 하나 되는 축제를 꿈꿨지만, 이런 바람은 첫 경기가 끝나자 곧 악몽이 되어버렸다. 당시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기에 고객들은 설렁탕 반값을 내야 했지만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일부는 서둘러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설렁탕뿐만이 아니었다. 제값을 내야하는 술과 전 등 다른 메뉴도 있었지만, 계산을 위해 카운터 앞에 선 줄은 길지 않았다. 일부 고객은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앞사람을 따라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순식간에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많은 술병과 빈 그릇들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기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혹여 주류언론에서 취재라도 나왔으면 어쩌지 싶어 고개를 돌려볼 정도였다.  
 
남이 베푼 선한 의도를 가게 입장 2시간 만에 파렴치로 갚는 순간이었다.  돈이 없었을까. 술에 취해서였을까. 아니라고 생각된다. 남이 그러니 나도 그래도 된다는 동조의식, 이 정도 행동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낮은 시민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한인 식당업계에서 무전취식은 종종 타인종 고객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부터 한인 중에서도 이런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고 있다.  최근 한인타운의 별곱창이라는 식당에서도 손님 3명이 많은 고기와 술을 시켜 먹고는 돈을 내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일이 있었다. 식당 측은 음식값으로 160~170달러 정도 손해를 봤다고 한다.
 
앞서 지난 6월에도 ‘겐와 코리안 바비큐(Genwa Korean BBQ)’ 베벌리힐스 지점에서 한인 중년 여성 2명이 식사 후 215달러가 넘는 음식값을 계산하지 않고 도주했다.
 
무전취식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명확한 범죄다. 형사법 537 PC에 따르면 개인이 호텔, 레스토랑, 모텔, 캠프장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의 소유주나 관리자를 속이려는 의도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행위는 ‘절도’로 간주한다.  금액이 950달러 이하인 경우 개인은 경범죄로 기소될 수 있으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1000달러의 벌금과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금액이 950달러 이상인 경우 중범죄로 기소될 수 있고, 유죄 시 최대 1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무전취식이더라도 그 의도에 따라 다르게 취급되곤 한다. 의도에 따라 처벌 규정 등이 다르다. 특히 무전취식은 상습범이 많은 범죄다. 죄를 판단하기 어렵고 신고가 적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가벼운 양심으로 가책 없이 저지르기 쉽다는 것이다.  
 
한인사회의 영향력과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다. 수많은 팬덤을 두고 있는 K팝, ‘기생충’, ‘미나리’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 및 드라마와 배우,  ‘K푸드’로 인해 타운을 찾는 타인종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한인사회에서 무전취식이란 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높은 위상에 맞는 높은 시민의식과 무거운 양심이 뒤따라야 할 때다. 커뮤니티의 격에 맞는 시민이 되자.  
 
설렁탕 한그릇으로 한인들의 수준을 낮추지 말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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