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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내 쇼핑의 변천사

다시 쇼핑 시즌이다. 쇼핑에 정신이 팔렸던 때가 있었다. 애들 학교 데려다주고 짬만 나면 옷과 액세서리를 사러 다녔다. 좋은 물건 싸게 샀다고 이웃과 정보 교환까지 해가며, 쇼핑의 즐거움에 정말 피곤한 줄도 몰랐다. 밀레니얼 몇 해 전 주재원인 남편 따라 잠시 영국에서 살았다. 뜻이 맞는 친구와 당시 붐을 탔던 본차이나 그릇을 사러 다녔다. 새것은 소유의 만족감으로 중고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희귀품일 것이라는 이유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미국으로 다시 오게 되었을 때 본차이나 그릇과 장식품이 이삿짐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귀한 분들께 선물하려고 바리바리 사 온 당시 유행했던 영국산 본차이나 장미 그릇 세트, 동네 코스트코에 갔다가 가격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영국보다 싼 값에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사 온 새것들 대부분 미국이 더 싼 것을 알고 ‘헛짓했구나’ 싶었던 기억이 오래 남아있다.  
 
편의성, 효율성 그리고 외관상의 아름다움까지 고려한 새로운 생활용품은 끊임없이 주부의 마음을 흔든다. 애들 제 갈 길 가고 요리도 많이 하지도 않는 데다 외식도 잦아 크게 필요치 않다고 해도 또 수시로 이것저것 사게 된다. 시대 흐름이 그렇듯 나 역시 식료품 외에는 인터넷을 통한 구입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인터넷 구입이 편하긴 하지만, 옷이나 신발은 매장에 가서 사는 것이 리턴할 확률이 낮은 것 같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 나는 가볍고 따스한 질감의 캐시미어를 좋아한다. 산 지 십 년이 된 캐시미어 스웨터가 두 개 있다. 즐겨 입어선지 아니면 오래 입어선지 이음새 있는 곳에 고가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작년 이맘때쯤, 십 년 전에 샀던 그 백화점 같은 장소에서 무려 다섯 벌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샀다.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아 기분 좋게 여러 벌을 샀고, 그중 두벌은 소중한 분께 성탄 선물로 드렸다. 그런데 한 달 입어 보고 품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십 년 동안 입은 스웨터는 여태껏 매끈한데, 이번 제품은 함께 입는 옷에 털이 심하게 묻어나고 보푸라기까지 흉하게 일어났다. 내가 입은 옷은 그렇다 치고 선물 드린 분께 미안한 심정이 될 정도였다.
 
요즈음 물가가 장난 아니게 뛰고 있는데 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가격을 겁나게 깎는 분이 있다. 에누리가 통하는 것을 볼 때면 내가 너무 느슨한 사람같이 느껴져 다음에는 나도 해 봐야지 마음을 다져 보곤 한다. 하지만 ‘기업이 무슨 논 팔아놓고 장사하냐’ 던 옛말처럼 이전 가격을 고수하려면 품질을 낮추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왕성하던 내 쇼핑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시점이다. 쇼핑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정이 식어선지 쇼핑에 시간과 에너지 쓰는 것이 아깝다. 나이가 들면 체질도 바뀌는지, 예쁜 디자인이 더 많은 모조품 액세서리는 몸이 가려워 밀려나고, 옷도 신발도 편한 것만 찾는다.  필요한 쇼핑 리스트를 만들어서 나가는 편이라 충동구매는 줄었지만, 가격과 품질 양쪽의 추를 잘 맞춰야 하는 현명한 소비자의 길, 참 녹록지 않다.

오연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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