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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투표소에 비쳐진 미국의 모습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중간선거 투표 기간이었다. 8일이 투표일이었지만 LA카운티는 4일간 투표소를 열었다. 처음 투표소에서 일하게 된 것은 6년 전 LA카운티 직원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투표소에 한인 봉사자가 너무 없어 민망하다는 것이었다. 투표 당일, 팀 리더 포함 12명 모두가 봉사자들이었다. 카운티 직원은 오전, 오후 잠깐 돌아보고 돌아갔다.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에, 남자는 투표함을 집결장소까지 운반해야 했다. 각 투표장에서 온 많은 차량으로 인해 밤 11시가 돼서야  인수인계가 끝났다.
 
이번에는 투표를 4일에 걸쳐 하니 좀 쉬울 것 같았다. 자녀교육 등 미국에 신세를 진 게 많아 커뮤니티 봉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투표소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처음 일할 때는 두꺼운 유권자 명부로 투표인을 확인했는데 지금은 조그마한 이폴북(epollbook)으로 대체됐다. 기표소도 BMD(Ballot Marking Device)라는 투표 부스로 바뀌었다. 완전히 디지털화한 것이다. 직원들 중 아시아계는 필자와 홍콩, 대만계 등 3명이었다. 30대 백인 여성이 많았고 흑인도 몇 명 있어 미국의 인종 구성과 비슷했다.
 
투표소 직원은 총 8시간의 사전교육을 받는다. 4시간은 지정된 장소에 가서 등록된 투표인을 확인하는 이폴북 사용법을 배우고 4시간은 온라인으로 BMD 사용법을 교육받는다.
 


처음 3일간은 투표소가 한가했다. 투표소를 찾는 사람들은 백인뿐이었다. 투표소 입구에서 BMD 사용법이 적힌 안내서를 나눠줬지만 상당수가 사용법을 몰라 도움을 요청했다.  
 
투표 당일, 종일 투표소가 붐볐다. 내가 일한 라미라다 투표소는 소수계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지만 당일 투표소에는 백인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편투표를 한 투표지를 갖고 와 투표소 내 투표함에 넣고 가는 경우도 꽤 있었다. 한인을 비롯한 소수계는 우편투표를 많이 했을 것이다.  
 
백인들이 굳이 투표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시민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주권을 직접 행사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서는 아닐까? 비가 쏟아지는데도 투표소를 찾는 그들은 투표를 통해 본인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투표소의 진행 과정은 마지막까지 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마지막에 투표가 완료된 투표지와 BMD에 찍힌 숫자를 일일이 손으로 세어서 확인하는 과정도 두세번 거친다. 절대 신뢰사회 이것이 미국이다.
 
점심은 각자 6달러씩 모아 샌드위치, 닭튀김, 샐러드, 음료수 등을 사 해결했다. 매번 투표소에서 느낀 것이지만 이들의 소박한 옷차림, 간편한 식사, 적은 보수에도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강행군에도 짜증 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틈만 나면 웃고 떠들었다. 넘쳐나는 긍정적인 에너지, 이것이 미국의 힘이고 저력인 것 같았다.
 
같은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면 이것이 보통 미국 사람들의 삶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에게서 자신을 비하하거나 우울해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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