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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가만히 있는 시간

한국속담에 ‘노느니 염불한다’라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 뜻이 있겠으나 노는 것을 별로 탐탐치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미국인 여성에게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바빠 바빠’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이 여성이 대답했다.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요”라고.  
 
일본을 여행하며 본 것 중 하나는 어디를 가나 재떨이에 긴 꽁초가 많다는 것이다. 한 일본인에게 물었더니 “일본인은 생각이 많다. 조금만 앉아 있으면 금방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서 일어나게 된다”라고 답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는 맹렬한 속도로 팽이처럼 자체 회전을 하고 있고, 또 태양 주위를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열심히 사는 것이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다 좋은 것일까.
 
 최근 한국을 여행하면서 아들 집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손녀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에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준비하고 학교에 가기 바빴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는 바로 집에 오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 레슨을 받은 후에 저녁때가 되어서 집에 왔다. 저녁을 먹고는 바로 또 학원에 갔다. 학원에서 10시쯤 집에 돌아와서는 책상에 앉아 공부했다.  그리고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3년 만에 보는 손녀였지만 얘기할 시간조차 없었다.
 
한국의 뉴스를 보면 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물건을 실어나른다. 직장인들도 정시에 퇴근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 가운데도 놀고 있으면 왠지 불안하고 무언가 죄의식까지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번 살아가는 인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도 소중한 시간이다.

서효원·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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