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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희로애락(喜怒哀樂) 아리랑

흔히 사람들은 아리랑이 우리네 인생사를 담았다고 합니다. 여기의 인생사는 역사의 사(史)일 수도 있고, 일의 사(事)일 수도 있겠습니다. 내가 지나온 인생의 역사이기도 하면서 내 인생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담은 노래로 아리랑을 보는 것입니다. 아리랑은 전해져 내려오는 노래만 1000여 편이 넘고 지역마다 독특한 색깔로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로 아리랑을 드는 것에는 전혀 이의(異議)가 없을 겁니다.  
 
한편 아리랑에는 저마다의 특색이 있고, 가사마다 특별함이 다릅니다. 즉흥성이 있기에 새로운 변화도 끊임없이 생길 겁니다. 느린 가락에서 빠른 가락으로 폭도 넓으며 애절한 가사에서 풍자 가득한 즐거운 가사로 신명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공통점을 찾기에도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아리랑이라는 표현만 닮은 노래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공통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비유적일 수 있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갑니다. 노래 속의 아리랑은 고통의 고개, 슬픔의 고개, 분노의 고개입니다. 동시에 아리랑은 기쁨의 고개, 환희의 고개, 즐거움의 고개이기도 합니다. 고개라는 특성상 오를 때는 힘이 들지만 내려올 때는 편안합니다. 고개를 넘어가면 고통은 그저 고통, 슬픔은 그저 슬픔, 기쁨은 그저 기쁨, 즐거움은 그저 즐거움일 뿐입니다.  
 
산 위의 고개는 머무르는 공간이 아닙니다. 고개는 지나가는 곳입니다. 이 점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줍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아리랑이 희로애락이라는 말은 아리랑이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종종 놓치고 있는 것은 희로애락에 ‘기쁠 희(喜)’와 ‘즐거울 낙(樂)’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왠지 희로애락이라고 하면 ‘성낼 노(怒)’와 ‘슬플 애(哀)’만 있다고 짐짓 짐작하는 듯합니다. 아닙니다. 삶에는 ‘희’와 ‘낙’도 있습니다. 아니 희로 시작해서 낙으로 마무리되는 삶입니다.
 


아리랑을 부르면서 우리는 하나의 감정에 머무르지 않게 됩니다. 시종일관 같은 감정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차피 살면서 고개는 만나게 됩니다. 올라야 합니다. 힘이 들겠지요. 숨도 차고, 땀도 나고, 때로는 눈물도 날 겁니다. 그래서 해주 아리랑에서는 넘어갈 적 넘어올 적 눈물이 난다고 했을 겁니다. 그러기에 진도 아리랑에서도 문경 새재는 굽이굽이 눈물 고개인 겁니다.
 
허나 우리가 제일 많이 알고 있는 본조 아리랑의 후렴에서 보듯이 우리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슬픔을 잊고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고개를 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밀양 아리랑처럼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봐달라고 웃으며 노래하기도 하고,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웃기도 합니다. 아리랑이 슬프다고 하는 것은 한 면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아리랑을 듣고, 부를 때는 다양한 아리랑을 만나보기 바랍니다. 아리랑마다 담긴 우리의 감정을 느껴보고, 함께 어우러지며, 사는 것이 다 그렇게 아리랑 고개를 오르듯이 올라가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느껴보기 바랍니다. 희로애락의 끝은 분명 즐거울 낙입니다. 아리랑 고개는 머무르는 고개가 아니라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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