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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한국, 너란 나라!

9월 초부터 사십여 일을 한국에서 지냈다. 삼 년 만에 찾은 한국은 일단 참 편리했다. 지하철, 기차, 버스 어디든 인터넷이 연결됨은 물론, 다음 버스는 몇 분 후에 도착하며 사람이 많은지, 이 전철 어느 문에서 타면 주로 사람이 덜 많은지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간혹 건널목 바닥에까지 설치된 신호등과 기다리는 동안 안락하라고 세워놓은 파라솔, 지하철 역내의 깨끗한 화장실들은 감탄스러웠다. 친구와 산책하다 앉았던 한 공원 벤치 옆에는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가 있었다. 지하철 문에도, 시골 담장에도 가슴을 흔들어주는 시들이 쓰여 있는 이 감성의 나라, 산속이며 물가 곳곳의 널찍한 카페들은 왜 그렇게 예쁘고 운치가 있는지!
 
디지털 최강국답게 작은 호두과자 가게든, 큰 음식점이든 키오스크 화면으로 주문하고, 식당에는 로봇들이 돌아다니며 서빙을 돕는다. 전기차도 미국보다 훨씬 많고 생활화되어 있다. 하루는 은행에 갔더니, 도수 별로돋보기 안경들이 준비되어 있다. 나같이 40년 외국에서 산 사람, 이런 배려 완전 감동이다. ‘Trying Too Hard’라는 이모지(식은땀 흘리면서도 웃고 있는 얼굴)를 생각게 하는, 세심한 편리와 안전을 엄청 배려하는, 흠, 한국, 너란 나라!  
 
힘들었던 것으로 말씀드리자면, 쓰레기와의 사투였다. 특히, 과일도 껍질까지 먹어버리고 싶게 만드는 음식물 분리수거! 사과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고, 파인애플 껍데기는 수분을 말려 잘게 잘라 일반 쓰레기에 버려야 함을 아시는지. 옥수수 알은 음식물 쓰레기고 껍질과 대는 일반 쓰레기라는 사실은 아시는지. 심지어 아이디로 무게를 자동 감식하는 전자 쓰레기통이 설치된 동네도 있다니! 이동식 감시 카메라가 감시하고, 규정을 어길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 사인이 붙어 있다. 오피스텔을 떠날 즈음에는 쓰레기 완전 정복이 이루어졌는데, 나도 모르게 쓰레기양을 줄이려고 애쓰게 되는 걸 보면서, 미국도 이런 점은 많이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 한국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수많은 지시 사항과 안내 사인이다. 이번에 가보니 지하철에서 교통카드를 댈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 한다. 한국에 마스크 안 쓰는 사람 1도 없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면, “손잡이를 잡아 주세요. 걷지 말아 주세요” 등, 너무도 당연한 것에 대해 안내를 하는 것이 늘 신기했다. (하긴 그런데도 에스컬레이터 한쪽으로는 늘 사람들이 걷는다!) 때로는 어린 애들도 아닌데 구태여 이런 기본적 안내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도, 역시 한국은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Trying Hard 하는 나라라고 좋게 생각했었다. 그랬기에, 돌아온 지 약 보름 만에 발생한 이태원의 어이없는 사고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음은 물론이다.  
 


경찰이 CCTV로 감시하며 쓰레기 불법 투기범(!)을 잡아낸다는 정보의 나라, 이렇게 세심하게 작은 일에도 안전과 편의에 신경을 쓰는 나라가 한국이던데!!!! 안타깝다 못해 멘붕에 빠져 며칠을 보냈다. 피부에 느껴지는 환경은 분명 좋아졌는데, 소득이나 생활 수준 격차에서 오는 좌절감은 더 심해진 듯했고,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던 지하철이나 길거리 사람들 표정 또한 떠올랐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한국, 너란 나라! 이제는 사회 구조적으로도 깨어, 안전하고 더 책임 있게 국민의 행복을 향해 가는 그 길만 걷게 되길 기도하면서, 뉴욕의 가을이 깊어 간다.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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