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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이 꿈꾸는 좋은 세상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 쓰임새는 어떤 것일까? 미술은 왜 필요한가?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근본적 질문이다.
 
미술은 인류 역사의 기나긴 세월 동안, 그리는 작가나 감상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영향력을 미쳐왔다. 그런 착한 영향력이 세상을 그나마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어왔다. 그것이 미술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갤러리에서 열리는 ‘난민 어린이들과 함께’ 전시회는 미술과 세상의 건강한 관계와 쓰임새를 소박하고 진솔하게 말해주는 귀한 자리다. 동남아 여러 나라의 난민 어린이들이 그린 총 300여점의 작품들로 꾸며진 이 전시회는 로힝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미얀마, 북한 등지에서 국가의 아무런 보호도 없이 힘든 가운데 자라나는 난민 어린이들의 고난과 눈물, 그리고 꿈과 희망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 가운데에는 뛰어난 예술 감각이 표현된 작품도 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고 주최 측은 말한다.
 
난민 어린이들의 순수한 창작성이 표현된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전쟁의 참상, 가족을 잃은 아이들의 슬픔과 그리움을 느끼고, 또 비극적 환경에서도 소망을 찾아내는 난민 아이들의 모습에서 전쟁과 난민들의 실상을 새삼 깨닫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난민 문제는 세계적인 난제 중의 하나다. 난민이란 분쟁 혹은 일반화된 폭력사태로 인해 고국을 떠나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을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삼팔따라지 부모 밑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 가난한 피난민 생활을 겪은 탓인지, 난민 문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또한, 조국에서 쫓겨나 타국을 떠돌며 살아온 조선족, 고려인, 재일동포 등 디아스포라 조상들을 생각하면 난민을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 없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공개한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 세계 강제이주민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세계 전체 인구의 1%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치이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 강제 이주민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발생한 수많은 피란민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내전 등으로 고향을 등진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계속 발생하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세계적 식량부족과 기아, 기후위기, 인플레이션 등 여러 악조건도 심각하다.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분쟁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대책 마련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한 이 참담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유엔난민기구 최고 대표는 우려한다.
 
이번 전시회도 그런 노력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뜻 있는 전시회를 마련한 갤러리에도 박수를 보낸다. 상업 갤러리가 운영을 위해 영리를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회를 위한 공익적 전시를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아무쪼록 많은 이들이 전시회를 감상하며, 난민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전하기 바란다. 어린이들의 그림을 통해 미술이 바라는 좋은 세상의 꿈이 조금이라도 앞당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난민을 돕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더구나 아무 죄도 없는 어린이들은….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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