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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희생자들의 명복을]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고

요즘은 행복한 사람 보다 불안한 사람이 더 많다. 인터넷 탓에 크고 작은 사건들과 개인적 감정들이 지구촌에 빠르게 전해지는 것이 큰 원인 중 하나다. 필자가 한국에 온 후 접한 첫 큰 뉴스가 이태원 압사 사고다. 사망자가 150명이 넘는 대형 사고다.
 
이태원은 대학 시절 가끔 친구들과 가짜 명품들을 눈요기하고 양식을 먹으며 미국의 환영을 쫓던 곳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낯선 사람들이 주는 들뜸을 즐기던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다. 지난달 29일 이태원의 중심 해밀턴호텔 옆 폭 4미터, 길이 45미터(55평 아파트 정도)의 좁은 내리막 골목길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20대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어떤 면에서 미국의 한인 젊은이들보다 더 미국적이다.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세계의 재미있는 놀이 문화를 흡수한다. 덕분에 핼러윈 문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들은 3년 만에 마스크에서 해방되어 핼러윈 복장을 하고 이국적 장소에서 이국적 파티를 즐기려 삼삼오오 호텔 근처로 모여들었다.
 
10만명 인파가 몰린 호텔 옆 골목길이 갑자기 아비규환 현장으로 변했다. 인파 수가 갑자기 늘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인데 길바닥은 술과 여러 액체로 미끄러웠다. 골목 위로 아래로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서로 밀고 밀쳤지만 거의 정지 상태였다. 갑자기 위쪽 사람들이 먼저 앞으로 우수수 넘어지자 그 앞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연속으로 쓰러졌다. 사람이 넘어져 3미터 길이로 겹치면 제일 아래 사람이 받는 압력은 300킬로그램이나 된다고 한다.
 


도움을 외치는 날카로운 고통 소리는 비명과 사이렌 소리에 묻혔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빠르게 또 천천히 전개됐다. 부상자들을 큰길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하는 구급요원들과 시민들, 이리저리 뛰는 경찰관들, 순식간에 하얀 포장에 넣어진 주검들, 좁은 골목길에 주검이 쌓여갔다. 신원이 확인된 주검들은 파란 시트에 덮여서 구급차 뒷좌석에 실려 날 새도록 이태원 길을 떠났다. 어느 외국인은 골목 벽을 타고 올라 여러 개의 간판을 밟고 탈출했다.
 
대규모 인파를 예상한 소방당국이 인근에 대기하고 있었지만 좁은 골목길로 들어설 수 없었다. 근처에 배치된 안전요원들이 거의 없었고 용산구 핼러윈 대책위원회의 대비책도 거의 전무했다. 많은 경찰은 그 시간에 서울 광화문 광장 데모대 통제 인력으로 배치됐다.  
 
다행히 사건 후속 수습 집중도는 놀라웠다. 근처 한강로에 임시 응급 의료소를 설치해 부상자를 치료했다. 수도권 응급의료센터의 재난의료지원팀들이 총동원됐다. 소방당국은 대응 단계를 3단계로 격상했다. 142대 구급차가 출동했으며, 경찰, 소방관과 서울시 직원 등 총 848명이 동원됐다. 이와 동시에 나라 전체의 모든 문화 행사들이 취소됐다.
 
또 정부는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덕분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구호금이 국비로 지원된다. 서울 시청 건물에는 조기가 게양됐고, 서울광장과 이태원광장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미국서 볼 수 없는 일사불란함이다.
 
참사 기억은 을씨년스럽고 괴기하지만 주검이 치워진 골목길은 뒹구는 쓰레기 외에는 변함없고 무심하다. 이태원의 참사는 요란하고 안타깝다. 모든 죽음은 사연이 있어 가슴 아프지만 특히 10대, 20대 어린 영혼들의 소멸은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조의를 전한 세계 여러 정상과 수많은 시민과 함께 나도 가족과 친구를 잃은 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한다.

정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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