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핼러윈 불편해 했던 종교계도 애도…"참담, 허탈"
압사 사태 두고 종교적 해석 자제
종교 단체들 잇따라 성명 발표도
한인 교회들도 예배 때 추모 기도
특히 젊은층 교인들 충격 속 애도
핼러윈 문화, 종교계도 의견 분분
교계서는 핼러윈 대신 대체 행사
그동안 핼러윈을 내심 불편해 했던 종교계는 이번 참사 사고를 두고 말 한마디조차 상당히 조심해 하는 분위기다.
이번 참사를 자칫 종교적 시각으로 해석할 경우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교회총연합은 오는 5일 열릴 예정이던 코리아 퍼레이드를 잠정 연기하면서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성명에서 "슬픔을 당한 유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기를 기도하며 국민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연합 역시 긴급담화문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참담하고 허탈할 뿐"이라며 "회원 교단과 단체들은 주일 예배에 희생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하자"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학교연합회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태고종 대한불교천태종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등 한국내 각 종교 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면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참사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미주한인 교계에서도 30일 주일 예배가 진행된 가운데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인 청년 2세 사역을 담당하는 대니 한(36.LA) 목사는 "희생자들을 보니 대부분 우리 청년 교인들과 비슷한 연령대라서 마음이 더 아프다"며 "주일 예배에 앞서 청년 교인들과 함께 희생자들과 한국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핼러윈을 앞두고 주말에 젊은층이 길거리에 갑자기 몰리면서 발생한 참사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젊은 기독교인들은 이번 참사 소식이 더욱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어바인 지역 한 이민교회 청년부에 다니는 이신혜(27.어바인)씨는 "예배 후 청년부 모임에서도 대부분 이태원 핼러윈 사고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만큼 가장 큰 이슈"라며 "행여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는지 카톡 메시지를 보낸 청년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핼러윈은 본래 성인 대축일(11월1일.모든 성인을 기념하는날)의 전야제로 가톨릭의 행사였다. 앵글로색슨어로 '핼로(hallow)'는 '성인(聖人)'을 뜻하는데 성인 대축일 전야제는 죽은 자의 영혼이 땅으로 내려올 때 정령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유령 복장을 하고 귀신을 막는다는 켈트족(아일랜드나 영국 등에 살던 족속) 풍습과 결합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핼러윈을 두고 그동안 종교계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김재동 종신 부제(LA)는 "핼러윈 다음날(11월1일)이 성인 대축일이며 11월은 가톨릭에 있어 '위령성월'이기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경건하게 보내야 한다"며 "핼러윈 문화는 이교도적이기 때문에 가톨릭계에서는 분위기상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원불교 양은철 교무는 "원불교의 아이들은 특별히 금지하는 것 없이 핼러윈 문화에 즐겁게 동참하며 즐기고 있다"며 "문화에 대해 특별히 종교적인 시각에서 해석하기보다는 '문화는 그냥 문화로 이해하자'는 식이기 때문에 반감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개신교의 경우는 핼러윈을 문화 자체로 즐기지는 않는다. '귀신의 날'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불순한 날 또는 부정적인 날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핼러윈을 온 가족이 참여하는 행사나 전도 이벤트 같은 대체 행사로 진행하는 교회가 많아지는 추세였다.
실제 미주 한인 교회들은 핼러윈 시즌을 맞아 그동안 대체 행사를 진행해왔다. 교회마다 핼러윈 대신 '할렐루야 나이트' '홀리 윈(Holy-win)' '홀리 나이트' 등 행사 이름을 변경하고 부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경을 써왔다.
이로 인해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는 교인들도 있다.
한인교계 관계자 A씨는 "꼭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 여도 핼러윈이 유흥 문화를 기반으로 상업적으로 변질된 부분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이러한 문화가 유소년 등 젊은층 교인들에게 무분별하게 수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계에서도 핼러윈 대체 행사 등을 마련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수년간 교계에서는 핼러윈 문화를 유연한 자세로 활용하고 기독교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문화선교연구원 관계자는 "세상의 문화를 건전하게 수용할 수 있는 마인드를 교회 내에서 기를 수 있어야 한다"며 "문자적이고 배타적인 문화의 적용이 아니라 유연하고 긍정적인 문화의 접근과 적용이 현대 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물론 핼러윈 행사를 부정적으로 여기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인교계 관계자는 B씨는 "신앙은 이성 너머의 영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사실 비종교인이 종교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핼러윈의 기원을 보면 영적인 관점에서는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핼러윈 문화에 너무 동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6년에는 기독교계의 반발로 인해 남가주 지역 유명 놀이공원인 '낫츠베리팜(Knott's berry Farm)'의 가상현실 공포체험관이 결국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핼러윈을 맞아 개장한 공포체험관이 아이들 정서적 영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한인 2세 사역자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기독교인으로서 아픈 마음을 함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갖게 된다"며 "기독교의 가치에 기반한 건전한 문화가 젊은 세대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크리스천들이 함께 기도하며 함께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핼러윈 문화를 건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독교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리버사이드에서 대학 캠퍼스 사역을 하는 필립 이 목사는 "샌타모니카 지역에서는 매해 핼러윈 때마다 수십만명이 모이는 축제가 열리는데 시민들이 질서도 잘 지키고 경찰의 안내 사항도 잘 준수한다"며 "핼러윈 파티에 참여하는 기독 청년들이 유흥을 추구하기보다는 미국 문화 자체로 건전하게 잘 즐긴다면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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