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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이두영씨의 죽음과 ‘방관자 효과’

얼마 전 LA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절도범들에 맞서 싸우다 참변을 당한 이두영씨의 업소를 가 볼 기회가 있었다. 업소는 생각 외로 작고 아담했다. 안타까운 사건 이후 고인의 가발 업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고인은 지난 1일 자신의 업소에서 가발을 훔쳐 달아나던 10대 절도범들을 쫓다 그들이 휘두른 흉기에 변을 당했다.  고인의 딸인 이채린씨는 장례비용 마련을 위해 오픈한 고미펀드를 통해 “아빠는 자신의 가게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들을 지키는 영웅이었다”며 “절도범은 지속적으로  절도 행각을 벌이기에 아빠는 이를 막으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변에서 범죄 피해가 발생해도 잘 나서지 않는 게 보통 사람들의 심리다.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두려워 무슨 일이 벌어지면 피해 가려 한다. 그런가 하면 피해자를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휴대폰부터 켜는 이기적인 사람들도 있다.    
 
이번 사건도 대낮 도심 도로 한복판에서 벌어졌지만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사건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방관만 하고 있었다. 만약 영상을 찍던 사람, 구경하던 사람 중 1명이라도 돕기 위해 나섰다면 고인은 지금 딸 옆에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나서려 하지 않았을까?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책임이 분산되어 오히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을 주저하는 현상을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고 한다. 고인의 참변도 이 같은 ‘방관자 효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으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신고하겠지’, 혹은 ‘누군가 돕기 위해 나서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1964년 뉴욕 퀸즈 지역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사람이 강도에 살해된 사건에서 유래됐다. 이후 사회심리학자 존 달리와 빕 라테인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사람의 수에 따라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적을수록 신고하는 시간은 더 빨랐다.  
 
 고 이두영씨는 자바시장에서 확산하는 절도 범죄의 방관자가 아니라 방어자였다. 고인은 올해 초부터 절도범들과 맞서 싸우다 다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고인의 이웃인 자바시장 상인 위즈맨 캥가바리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물건을 훔치려 하면 그냥 내버려 두라고 이씨에게 얘기했지만, 이씨는 ‘내가 당하면 다음 차례는 당신이고 계속해서 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고인은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서도 범죄를 막기 위해 용기를 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웃을 위해 싸운 고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관자 효과’가 또 하나의 비극을 남겼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방관자 효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는 대응 방법으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했다.
 
강도를 만나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한, 성서 속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굳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아니더라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도덕적 의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때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했다면 지금 이두영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대신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김예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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