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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평화로울 수 있을까

피스풀(Peaceful)

에마누엘 베르콧 감독은 실제 암 전문 의사를 캐스팅해 암 환자의 죽음의 심리학에 접근해간다. [KinoLorber]

에마누엘 베르콧 감독은 실제 암 전문 의사를 캐스팅해 암 환자의 죽음의 심리학에 접근해간다. [KinoLorber]

암 병동,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죽음을 기다리는 암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병원 봉사요원들이 흥겨운 노래를 부른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순간이나마 위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위로가 형식에 불과할 뿐, 다가올자신의 죽음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들. 암에 걸려 죽음을 앞에 두고도 평화로움(Peaceful)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당신은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를 진단해 볼 수 있는 메디칼 드라마 ‘피스풀’은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초청되어 상영됐다. 브누아 마지멜이 이 작품으로 세자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까드린느 드뇌브가 그의 어머니로 출연한다.  
 
배우이며 연기 교사인 벤자민(브누아 마지멜)은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사계절을 한 번씩 경험할 수 있는 1년의 세월이 그 앞에 남아있다. 성공하지 못한 배우로서의 아쉬움을 간직한 채, 벤자민은 젊은 배우들과의 연기 수업에 열중한다. 배우들은 그의 마지막 열정에 감동하지만 벤자민의 마음에는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공허가 차오른다. 간호사와의 잠깐의 로맨스가 죽음에 다가가는 그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아들의 암 선고 소식을 듣고 아들에게 달려오는 어머니 크리스탈(까뜨린느 드뇌브). 아들의 상처를 감 쌓아주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 하는 모성이 앞선다. 그러나 곧 아들의 죽음 앞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아들의 죽는 방법을 의료진과 함께 논의하고 임종의 순간을 얼굴의 화장을 가다듬으며 차분히 대비한다.  
 


정작 주목해야 할 인물은 두 스타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이 영화에는 실제 암 전문의로 영화에 컨설턴트로 참여한 가브리엘 사라 박사가 벤자민의 주치의 닥터 에데로 출연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벤자민의마지막 여정에 그에게 필요한 치료술은 자애다. 벤자민의 죽음에 이르는 길의 안내자가 되어주는 의사의 고뇌가 닥터 에데의 모습에 담겨 있다. 영화는 때때로 가슴 뭉클한 장면들을 연출하지만 죽음을 감상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영화에 사용되는 암의 언어들은 비교적 건조한 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죽음의 심리학을 깊이 파고든다. 화면 속 사건들이 나의 슬픔과 두려움, 고통으로 다가온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치를 더하기엔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지는 벤자민의 안타까운 심리에 동화된다. 우리들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 죽음은 모든 것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빛과 생명은 죽음의 그늘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가치들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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