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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다층적 불편함 그대로 담았죠"

['초선' 전후석 감독 인터뷰]
한인 후보 5명 선거과정 조명
"가치관 다르지만 공존 초점"

"첨예하게 다르지만 평화롭게 공존해야 하는 이들의 사투가 아닐까요."
 
다음 달 3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CHOSEN)'을 연출한 전후석 감독은 미국 선거 역사상 최다 한인 후보가 출마한 2020년 하원의원 선거를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한인 변호사 출신인 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당시 하원 선거에 출마한 한인 후보들을 따라가면서 미국 내 한인사회의 현주소를 그려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만난 그는 "민감하고 어렵고 불편한 지점이 많이 있겠지만 이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끼리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데뷔작 '헤로니모(2019)'를 통해 쿠바의 한인사회를 조명했던 전 감독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읽고 '초선'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볼턴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충동적 결정에 의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다는 걸 보면서 한 국가의 평화 체제가 미국 정치인 몇 명에 의해 무마될 수 있겠다는 자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한인들이 저 위치에 있었다면 좀 더 우호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호기심이 생겼죠."
 
영화는 데이비드 김,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미셸 박 스틸, 앤디 김, 영 김까지 총 다섯 후보의 선거 과정을 담았다. 이들의 이력은 다채롭다. 이민 1세대와 2세대,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계 주류와 비주류가 뒤섞여 있다.
 
전 감독은 "다섯 후보의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있는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자신의 스토리를 영화에 담도록 허락해주셨는데 행여나 영화가 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험하기에 좋은 영화는 아니었죠. (웃음) 그들의 정치적 스탠스가 확연히 드러나는 만큼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걸 보고 불편함을 느끼거나 동질감을 느끼는 건 관객의 몫이죠."
 
다섯 후보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건 데이비드 김이다. LA 한인타운이 속한 지역구에 출마했던 그는 이민 변호사이자 성 소수자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당시 한인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음에도 5 포인트 차로 낙선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이비드 김은 한인 사회의 다층적인 불편한 지점을 드러날 수 있게 한 후보거든요. 세대 갈등, 이념 갈등, 종교 갈등, 인종 갈등, 성 소수자에 대한 이견까지 모든 것이 그 후보 한 명에게서 나올 수 있었죠. 또 나머지 네 후보는 정치적 입지가 있었던 반면 데이비드 김은 완전한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었어요. '언더독의 반란'을 조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들 다섯 후보는 11월 중간선거에도 출마한다. 전 감독은 "굉장히 치열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데이비드 김이 당선되면 한인사회뿐 아니라 미국 주류에도 신선한 바람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헤로니모'에 이어 디아스포라(재외동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전 감독은 "'초선'을 찍으면서 한인 디아스포라와 관련한 소재를 더 발굴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한인 디아스포라 이야기가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 생각해요. 정말 소재가 무궁무진하거든요.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계속 영화로 만들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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