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만추(晩秋)
대웅전(大雄殿) 뒤뜰감나무 윗가지에
빨간 홍시 세 개
석양 노을보다 곱다
조석으로 얼마나 많은
경을 들었으면
얼마나 긴긴 시간
목탁소리 젖었으면
저렇게 잘 익을 수 있었을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지저귀는 산새 소리
지나는 솔바람 소리
멀리 사라지는 기적소리까지
대웅전 뒤뜰에 오면
모두다
무상설법(無常說法)이 된다
이젠
어떤 허기진 산새
가슴 채워주기 위해
기다리는 조장(鳥葬)의 날
파란하늘 끝에 곱게 걸려있는
가슴 시린 법문 한 구절.
*조장(鳥葬): 시신을 새에게 먹이는 장례의식
강언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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