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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기브업의 미학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일곱 가지 ‘UP’에 대해 칼럼을 쓰다 한국에 다녀왔다. 3년 만에 한국에 가서 처음으로 40일이란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전에 이삼 주 후닥닥 다녀오느라 못 느꼈던, 한국의 여러 UP 된 면을 느낄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다.  
 
세븐 업의 여섯 번째는 드레스 업(Dress Up)이다. 한국 분들, 진짜 다들 옷을 좀 잘 입으시는 듯! 지하상가 상가마다, 왜 그리 착한 가격의 예쁜 옷들이 많은지, 나도 요즘 센 달러에 힘입어 몇 개 데려왔다. 동네에서도 화장을 곱게 하고 옷을 화사하게 차려입고 다니시는 미국 할머님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시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단정하게 자신을 가꾸는 것은, 어느 나이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호의이자 예의인 것 같다.  
 
마지막 중요한 세븐 업은 기브업(Give Up)이다. 세븐 업 중 가장 어려운 것이 기브업이다. 특히, 자녀에 관한 것들은 포기가 아주 어렵다. 우리의 분신 같은 자녀들에 대한 것을 내려놓기란 죽기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자녀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모가 ‘결정’한 아이에 대한 미래 같은 것을 밀어붙여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로서 포기해야 할 것들은 더 많아진다. 미국에서는 18세라는 아직 한참 뇌의 전두엽이 발달 공사 중인 나이를 성인이라고 여겨, 모든 것을 아이들이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학 학비를 내주면서도 성적조차 아이들의 동의 없이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 자녀들이 결혼하게 되면, 내려놓을 것의 리스트는 더 길어만 간다. 독립성을 인정해주고,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가정과 삶을 존중해주려면, 더 많은 것들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된다.  
 


노력하지 않아도, 사실 인생이 걍 우리에게 막 가르쳐준다. 내려놓으라고. 한계를 받아들이라고. 팬데믹 초기 심하게 코로나에 걸린 후 회복되지 않는 체중 때문에, 살이 좀 빠진 채 한국에 갔다. “아유, 예전이나 똑같으세요.” 이렇게 말이라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들(복 받으실 거예요!)도 있었지만, “아이고, 젊었을 때는 예쁘더니” 여기까지 하고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시는 이 잔인하도록 솔직한 분들, 이분들을 사랑해, 말아? 이제 외모를 기브업해야 하는 나이인가? 아, 한국에 괜히 갔다!  
 
이런저런 한계를 하루가 다르게 느끼면서도, 이렇게 막상 포기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땅히 기브업해야 할 걸 하지 못하고 매달리는 삶은 자신과 남을 다 힘들게 한다. 내려놓을 걸 내려놓고 받아들일 걸 받아들여 보면, 비로소 열리는그다음 깊은 단계의 삶이 분명 있다. 단풍 시즌이 한창이다. 추워지는 날씨에 맞춰 푸르름을 내려놓고, 눈부시게 피었다 낙엽이 되어 이듬해를 준비하는 단풍은 그래서 꽃보다 아름답다.  
 
항상 깨끗하게 클린업(Clean Up)하면서, 열심히 쇼업(Show Up)하여 교류하고, 셧업(Shut Up) 하며 들어주는 인생, 남에게 격려가 되는 치어 업(Cheer Up)과, 할 수 있으면 페이 업(Pay Up)도 좀 하고, 단정하게 드레스 업(Dress Up), 그리고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는 기브업(Give Up)의 자유로움으로, 우리 모두 세븐 업처럼 시원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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