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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하늘길, 마음의 길

이기희

이기희

하늘에도 길이 있다. 뭉게구름이 목화꽃잎 터트려 놓은 코발트빛 하늘에 오솔길이 보인다. 할머니 등처럼 휘어져 꾸부정하게 굽은 길 사이로 조개껍질이 둥둥 떠 있다. 직선으로 서로 교차되며 하늘바다에 그리는 구름의 추상화는 잭슨 폴록의 그림보다 부드럽고 아름답다. 끊어지며 이어지고 혹은 흩어지며 하늘길은 끝없이 펼쳐진다. 동이 트기 시작하면 하늘길은 날개를 접고 찬란한 아우라를 세상 밖으로 뿜어낸다. 하늘길은 땅의 길보다 품격이 있다. 천국 가는 길이 아침 태양처럼 아름답고 빛날 수 있다면 두려움 없이 하얀 손수건 흔들 수 있을 것이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찬송가 493장)’는 예배 시간보다 장례식장에서 주로 불리는 찬송가다. 작곡가는 구한말 한국에서 활동한 미국 선교사 스왈론(Swallen, 한국명 소안련)으로 알려져 있지만 19세기 미국 찬송작가 로지(Lozier)의 작품이다. 이 곡에 가사를 붙인 윌리엄 더글러스는 스코틀랜드의 귀족인 로버트 로리의 딸 안나를 사랑했지만 로버트의 반대로 이루지 못한 애달픈 사랑을 이 곡에 담았다.  
 
원곡 제목은 ‘The bright Hevenly Way’로 한국에서 ‘올드 랭 자인(Auld lang Syne, 작별)’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스코틀랜드 고전 포크송이다. 밝은 느낌보다는 멜로디 자체가 구슬픈 가락으로 다가와 이루지 못한 사랑노래보다는 천국환송곡으로 널리 불려진다.
 
철새는 하늘길 따라 훨훨 날아간다. 새들이 길을 잘 찿는 이유는 시각으로 산맥이나 큰 물줄기, 해안가 등 두드러진 지형을 잘 파악하기 때문이다. 새들은 해의 위치를 감지해 아침에는 해를 왼쪽에 오후에는 오른쪽에 두고 날아간다. 또한 새들은 태양과 별의 위치로 방향을 파악한다. 새들은 떠나야 할 시간을 안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짧아지는 것을 감지한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가을이 된 줄 알고 남쪽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봄이 오면 북쪽으로 떠나야 할 시기라는 것을 안다.
 
해도 별도 보이지 않는 날에도 새들은 날기를 계속한다. 비둘기는 눈을 가려도 집을 찿아온다. 새의 몸 속에 나침반 구실을 하는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학설이 주목 받는 부분이다.
 
‘젖은 낙엽을 밟고서 / 가만히 마음이 걸어갑니다 /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길 / 내 마음이 당신께 가는 길이니까요(중략) 오늘은 그림 같은 그리움으로 / 깊어진 가을의 그리움으로 / 당신 마음에 내리는 낙엽이 되어’-이상진 ‘마음의 길’ 중에서.
 
사람에게는 사람의 길이 있고 마음에는 마음의 길이 있다. 사람의 길은 올바른 길이고 방향을 바꿀 수 없는 길이다. 마음의 길은 천갈래 만갈래로 흩어지고 다시 만나는 길이다. 사랑은 평행으로 달리는 두 길이 서로 만나는 교차점이다.
 
갈 길이 멀 수록 천천히 부지런히 가야 목적지에 도달한다. 마음을 비우면 길이 잘 보인다. 뿌옇게 탁해지면 앞이 안 보인다. 길은 길 일 뿐이다. 도달하지 못해도 안달할 필요 없다. 불타며 찬란했던 길이 끝나는 곳에 또 다른 길이 펼쳐진다.
 
박노해 ‘도토리 두 알’로 마음의 길을 다잡는다.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중략) 크고 윤 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가을 길이 너무 빨리 끝난다고 슬퍼하지 않고 참나무 도토리 줍기를 계속한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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