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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경제 망치면 정치 생명도 종지부

진성철 경제부 부장

진성철 경제부 부장

전세계가 놀란 일이 최근 벌어졌다. 영국의 3번째 여성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한 일이다. 과감한 경제 공약으로 총리까지 오른 그였지만 무모한 경제 정책으로 영국의 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썼다.
 
그는 취임 당시 “폭풍우를 헤치고 영국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단호하게 밝혀 국민의 지지를 끌어냈다. 그 후 보름 조금 넘긴 9월 23일 트러스 정부는 향후 5년간 450억 파운드 규모의 대대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가 내세운 정책은 소위 부자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에 뿌리를 둔다. 즉, 세 부담 감소로 투자가 늘면 소비와 경기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수요 증가로 생산이 늘면 물가 안정화는 물론 세수도 증가해 결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맞지 않고 이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밝혀진 낙수효과 경제정책에 민심은 분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영국 국가 부채가 이미 상당한 수준임에도 이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감세로 발생할 막대한 재정 적자를 메울 대책이 그의 정책에는 없었다. 이 여파는 영국 국채 투매 현상으로 나타났다. 적자 보전 대책이 없으니 당연히 정부는 국채를 추가로 대량 발행해서 적자를 메우려 할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했기 때문이다.
 


영국 국채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국채 가치의 수직 하락은 금리 폭등과 함께 영국 기축통화인 파운드화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금융 1번지를 자처했던 영국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은 물론 영국발 세계경제 위기설마저 나오자 영국 중앙은행은 부랴부랴 국채를 사들이며 겨우 시장을 진정시켰다. 미국 등 다른 국가가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통화 긴축 정책을 펼 때 영국 정부는 실책을 수습하고자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트러스 정부의 현실 인식 부족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부자 감세 정책에 따른 낙수효과는 경기 부양에 큰 효과가 없다는 걸 이미 투자자와 시장은 알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을 포함한 전 유럽 국가가 높은 에너지 가격 등 고물가로 고통받는 상황인데 트러스 정부는 서민의 고통을 외면했다. 상위 1%의 부유층을 위한 감세 정책은 영국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트러스 총리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제2의 대처를 노렸던 트러스는 소울메이트와 같았던 쿼지콰텡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버텼지만 결국 사과도 없이 90초의 짧은 사임 연설로 총리직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임 총리에는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이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수낵 신임 총리는 전 정부의 실책을 지우려는 듯 부자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1월 8일 중간선거가 있다. 연방 상원의원 34명과 하원의원 전체(435명)를 새로 뽑는다.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의 주지사도 새로 뽑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은 최근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다.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실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개스값마저 불안정하다. 이처럼 좋지 않은 경제 여건은 민주당의 중간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을 찍겠다는 응답률이 49%로 민주당의 45%를 앞섰다. 1%포인트 차로 앞질렀던 지난달과 비교하면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그것도 선거를 불과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말이다. 이를 의식한 바이든 정부는 개스값을 내리라며 석유 기업들을 압박하거나 폭리만 취한다며 맹비난 중이다. 바이든 정부도 트러스 정부의 실패에서 위기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당면한 경제와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민주당 정치인들의 정치 생명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진성철 /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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