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한 극우 인사의 정치실험
더그 마스트리아노는 58세의 미 육군 대령 출신 정치인이다. 코로나19 기간 내내 정부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고, 지난 대선은 조작됐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펴 온 탓에 ‘극우 인사’로 분류된다. 미국은 원래 백인 개신교 국가라며 ‘정교(政敎) 일치’도 주장해왔는데, 이런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펼치면서 꽤 인기를 끌었다.미국을 흔드는 악의 세력으로부터 구원해줄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음모론 ‘큐어넌’도 자신의 계정을 통해 퍼뜨렸다. 지난해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던 1·6 의회 폭동 때는 자신의 자금을 동원, 버스를 대절해 워싱턴에 오기도 했다. 당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눈에 들었고, 그의 지지를 받아 오는 11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공화당 경선에서 9명의 후보가 도전했지만, 트럼프를 등에 업은 그를 물리칠 이는 없었다. 공식 주지사 후보가 된 뒤에도 그는 모든 선거 운동을 소셜 미디어에만 매달렸다. 선거가 한 달 앞이지만 CNN에 따르면 그는 아직 TV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고, 유권자에게 우편 공보물도 보내지 않았다.
경쟁자인 민주당 조시 샤피로 후보는 지난달 지역 신문과 TV 등 무려 41곳 이상과 인터뷰를 했지만, 마스트리아노는 단 3건에 그쳤다. 그나마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극우 성향 매체에 한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후보간 토론회도 사절이다. 지역 경제계 인사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주 상공회의소 주최의 미팅도 거절했다. 상대측에선 “지역 언론의 질문에도 답을 못하는 그가 어떻게 주지사가 될 수 있겠냐”며 공격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다른 진영이나 중도층을 설득할 생각은 전혀 없고, 핵심 지지층의 열광적인 추앙만으로 표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펜실베이니아는 역대 선거에서 대표적 승부처였다. 2016년 대선에선 두 후보 간에 0.7%포인트, 2020년 대선에선 1.2%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주지사는 주의 모든 선거를 총괄할 주 국무장관을 임명할 수 있어, 언론과 정치권은 그의 당선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은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지만, 예상외의 선전을 한다면 그를 따라 하는 이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유권자의 대표가 되려고 애쓰기보다, 한 줌 열성 지지층만 챙겨 당선될 수 있다면 훨씬 남는 장사기 때문이다. 정부가 극단적인 유튜버를 챙기며 몸값을 올려주고 정치인들은 알아서 이들의 눈치를 보는 한국에서도 마스트리아노의 불편한 ‘정치실험’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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