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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몹시 바람 부는 가을날에

아침에 산책로로 나선다
 
어제까지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온데 간데 없다
 
바람이 밤새 소제했나 보다
 
섭섭한 마음으로 걷는데
 
간혹 길 위에 무늬들이 보인다
 
나뭇잎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자취는 남아있다
 
그 형상대로, 그 소원대로
 
그런데 그것도 밟혀 결국 없어질 것을 생각하니
 
다시금 서글퍼진다
 
어차피 인생은 사라지는 것인데
 
자국을 남긴들 누가 기억하랴?
 
호랑이의 가죽이 아닐 바에야
 
그리고 기억될만한 삶을 살지 못한 바에야.
 
그러나 길 위의 자국은 지워지지만
 
돌 사이에 들어간 나뭇잎은
 
화석이 되어 영원히 기억이 된다던데
 
나의 이름도 시대의 암석에 새겨진다면
 
먼 훗날 후손들이 화석처럼 꺼내보리라
 
먼 훗날 그 시대의 기념물로 영원히 보존되리라
 
그는 당대의 양심의 보루이었다고

남궁 전 / 아틀란타 베다니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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