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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과로노인

‘노인 자신이 하류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현역 시절과 똑같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하는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가 쓴 책 『과로노인』의 한 대목이다. 노인 복지 전문가인 그는 2015년 발간한 『하류노인이 온다』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돈도, 기댈 사람도 없는 노인이 넘쳐나는 현실을 직시한 책으로 그해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16년 펴낸 『과로노인』은 후속편 격이다.
 
후지타는 이 책에서 일본 고령자 취업률이 다른 선진국보다 유독 높다며 ‘일할 의욕이 높아서’가 아니라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년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률이 프랑스·독일·영국은 한 자릿수인데, 일본은 20.1%라며 일본 고령자가 ‘과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진짜 과로하고 있는 건 한국 노인이다. 2015년에도 한국 65세 이상 고용률은 30.6%로 이미 일본보다 한참 위였다. 이후 한국 상황은 더 악화했다. 2015년 한국의 노인 고용률은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였지만, 2020년 이후 아이슬란드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15% 안팎인 OECD 평균의 2배다. 최근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65세 이상 고용률은 38%였다. 매번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OECD 1위를 지키고 있는 노인 빈곤율에 이어 노인 고용률까지, 한국은 과로노인 2관왕 국가다.
 
한국 노인이 유독 게을러서, 계획 없이 살아서가 아니다. 1970~90년대 한국이 고도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전 세대의 성실성 때문이다. 낮은 임금을 받고도 질 높은 노동력을 제공하며 세계 최장의 근로 시간을 자랑했던 그들이다.
 
다시 『과로노인』으로 돌아가면 저자는 가족 부양을 원칙으로 하는 사회 통념과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복지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대수술이 필요하지만 현 정부 역시 각종 연금·복지제도 개혁의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다. 과로청년이 과로중년이 되고 과로노인이 되는 수밖에.

조현숙 / 한국 경제정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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