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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개미들아, 미안하다

‘개미 학자들이 지구에 있는 개미의 숫자를  추산해 보았다. 숫자가 너무 많아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지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지구의 주인은 개미들이고, 인간은 잠깐 방문한 손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미는 북극, 남극처럼 얼음으로 덮인 지역을 제외하고 지구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개미의 숫자를 약 20 콰드릴리온(quadrillion) 으로 추산한다. 콰드릴리온은 ‘1에 영( zero)이 24개 붙는 숫자’ 다.  영의 숫자를 세어 봐야 할 만큼 큰 숫자들 중에서  비교적 일반인들에게  친근한 숫자는 1에 영이 9개 붙은 ‘빌리언’ 정도일 듯하다.  
 
이에 비해 ‘콰드릴리온’ 이라는 숫자는 아마 천문학 외에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경우가 드물 것 같다. 콰드릴리언이라는 개미의 숫자를 이해하는 한 방법으로 과학자들은 세계 인구와 개미 숫자를 비교했다. 결과는 인구 1명당  250만 마리의 개미가 있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개미 숫자의 추산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수천 명의 학자들이 땅을 파헤쳐 개미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연구해 내놓은 결론이다. 다행히 지구 전체에 널리 펴져 있는 개미는 인간에게 유익한 곤충이라는 것이 개미 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우선 막대한 숫자의 개미들이 땅 속으로 터널을 만들어서, 흙에 공기를 주고, 씨앗들을 땅속으로 운반해 싹을 트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 거미, 지네, 새 등의 먹잇감이 돼 생태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학자들의 관찰 결과이다.
 
갑자기 개미 얘기를 꺼낸 것은, 지난 주말  집안이 셀 수 없이 많은 개미떼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말을 이용해서 짧은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얀 싱크대 위에를 까만 개미떼가 촘촘한 행렬로 기어 다니고 있었다.  너무 놀라고,  급한 마음에 스프레이를 뿌려 댈 수 밖에  없었다. 한숨 놓고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마루 바닥에도  수많은 개미들이 기어 다니고 있지 않은가?  마루바닥이 회색빛이어서 근시인 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청소기를 이용해 온 집안을 쓸어냈다. 대청소를 했지만 아무래도 내 힘으로는 집안에서 완전히 개미를 쫓아낼 수 없을 듯해 해충방지 업체에 연락을 했다.  
 
해충방지 업체의 도움으로 개미 없는 안전한 집안이 되었지만 웬일인지 마음 한구석으로 편치 않은 생각이 스며들었다. 개미들도 생명체인데,  한번에 수천, 수만,  수백만 마리를 죽이고 나니  ‘살생하지 말라’ 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불편한 생각은, 이번 경우에만 겪는 딜레마는 물론 아니다. 내가 직접 죽이지는 않지만 매일 전 세계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육류도 살생과정을 통해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결국 ‘아마 할머니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생명체를 죽이는 짓을 하면 안 된다” 라는 뜻으로 말씀하셨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개미를 없애면서 살생했다는 죄의식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합리화를 이끌어 냈던  어느 날의 경험이었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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