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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빌스 마피아’의 경험

추석 즈음 딸과 아들,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4명의 가족은 LA의 풋볼구장인 소파이 스타디움에 다녀왔다. 딸과 아들, 남편은 ‘빌스 마피아(Bills Mafia)’다. 나는 처음 이 ‘빌스 마피아’가 유명 선수의 이름인 줄 알았다. 본 밀러라는 유명 선수가 신문에 ‘빌스 마피아에게 2022년 NFL 킥오프 시즌에 보내는 편지’라는 글을 썼기 때문이다. 내 무지함에 세 손주가 배를 잡고 웃었다고 한다.  
 
폭설 외에는 별다른 게 없는 동부의 매력없는 도시 버팔로. 이런 환경은 버팔로니안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빌스 팀을 응원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빌스 마피아’란 이름까지 붙여진 것 같다.
 
호텔에 도착하니 딸의 30년 전 버팔로 친구 찰리가 식당에서 점심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곧 이어 아들 나이 또래의 앨버트가 라구나비치에 정착한 부모님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선다. 버팔로에서 함께 자라 이제 40대 중년이 된 옛 고향 친구 버팔로리언들과 부모를 위해 런치로 반겨주는 감격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는 TV에서 풋불 중계를 하면 방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농구는 선수들이 몸을 날리는 멋진 슬램덩크 모습도 있고 룰도 쉬워서 좋아하는 팀을 힘껏 응원하곤 했다. 반면 풋볼은 바위처럼 부딪치며 계속 시작만 되풀이 하는 것 같고, 그 거대한 몸에 부딪치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안타까움에 보고 싶지 않았던 스포츠다.
 


한데, 딸이 7월부터 이 NFL(프로풋볼)의 시즌 오프닝 게임을 직접 보러 가자고 노래를 부르더니 이미 내 표까지 다 샀단다. 옳타구나, 나는 이 기회에 LA에 있는 동창들을 만나고 올 속셈으로 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 친구는 자기도 슬리핑백을 챙겨 오겠다며 다른 친구집에 모이기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런데 15살짜리 큰 손주의 “어떻게 나 대신 나나(할머니)를 데려갈 수가 있어?”라는 말에, “너는 몇 명 중에 하나이지만, 내 엄마는 하나 뿐이야” 라고 답했다는 딸의 말에 감동해서 친구들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  
 
우리 좌석 앞 줄엔 빌스 팬들이 진을 치고, 뒷 좌석엔 덴버와 미네소타에서 왔다는 램스 팬들이 빌스팬인 남편과 주먹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웬일로 지난해 챔피언 램스가 홈구장에서 시작부터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는 10:0에서 20:10 으로 빌스가 계속 앞서갔다.  앞좌석의 빌스팬들은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지도 못한채 뒤로 돌아서서, 아들과 남편의 주먹을 부딪치며 목청껏 환호한다. 한 순간에 30여 년을 훌쩍 되돌려 아이들은 키즈(kids)로 우리도 펄펄 뛰던 시절로 되돌아 가 있었다.  
 
바로 이것이 스포츠의 묘미인가. 처음 본 타인들이 같은 팀 팬이라는 이유 하나로 한순간에 하나가 되는 열광하는 이 진한 맛에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이 더위에 이렇게 붙어 앉아 열광하는 것일까.
 
마침내 전광판이 31:10 파랗게 스코어를 밝혔다. 풋볼 룰도 모르던 내가 단번에 ‘빌스 마피아’가 되어버린 순간이다.

김찬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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