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세도나의 매력
우리의 지친 심신을 회복시켜주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터넷에서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도나(Sedona)를 다녀갔다는 내용을 봤다.세도나에는 지구의 자기 에너지가 분출하여 소용돌이친다는 ‘볼텍스(Vortex)’가 4곳이나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텍스 지역이 21곳 밖에 없는데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는 자기 에너지를 받으면서 요가나 명상 수련을 하는 힐링 프로그램이 많다.
과연 볼텍스에서 나오는 지구의 자기 에너지가 우리 몸에 필요한 것인가? 1960년대 중반 미 우주항공국은 우주선에 전자기파를 발생하는 장치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를 떠난 우주 비행사의 신진대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요즘도 ‘자석 팔찌’나 ‘자석 침대’ 광고를 볼 수 있다. 자기장의 치료 효과가 근거가 있는 모양이다.
세도나 방문객 안내소를 방문했다. 추천하는 곳은 비행장 근처에서 저녁노을을 보고 별을 구경하란다. 이곳도 볼텍스 지역중 하나다. 석양이 질 무렵, ‘에어포트 메사’에 갔다. 작은 비행장으로 산봉우리를 깎아 평평한 지역에 벌써 60여명이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보러 와 진을 치고 있었다. 아래로 세도나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멀리 붉은 바위산들이 병풍같이 둘러 있다. 누군가 이곳에서의 석양을 바라볼 때 숨을 멈출 것 같다고 했다.
해는 지고 땅거미가 어두워지는데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했다. 시장기가 느껴져 별 보기는 포기하고 모텔로 돌아갔다. 대신에 어느 책에 나온 이곳에서의 ‘별빛수련’을 읽어보았다. 책 속의 저자는 별을 보려 밖에 타월을 깔고 눕는다. 낮 동안 데워진 지면에서 따뜻한 온기가 등에서 느껴진다. 두 손을 들어 올려 별을 향해 볼텍스 기를 내품으면서 별들을 더듬는다. 이번에는 별빛 에너지가 손을 통해 어깨와 가슴으로 내려오는 것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별과의 대화 수련이다. 가장 밝게 눈에 들어오는 별을 골라 사람처럼 대화를 시작한다. 혼자 말 못하고 고민하던 것을 성당 신부님께 고백하듯 비밀 얘기를 털어낸다. 후련하다. 살다 보면 '기가 막히는 일'을 종종 당한다. 가슴에 응어리진 것을 이곳에서 기를 받아 '막힌 기'를 뚫으면 심신에 활기가 넘치게 된다. 이런 심리적 수련이 ‘별빛수련’이라는데 대자연에서 볼텍스를 받으면서 하는 자기 심리 치료 같다.
이곳에 유명한 영화 ‘꺾어진 화살(Broken Arrow)’ 촬영 장소가 있다. 그 곳을 지프차를 타고 2시간 동안 다녀오는 ‘브로큰 애로우 투어’가 인기가 많았다. 우리 차의 여성 운전자는 가파른 산길을 달리면서 쉴 새 없이 주변 관련 얘기를 쏟아냈다. 30여 분 후, 확 트인 암석 바위 광장에 도달했다. 1000여 명도 앉을 수 있는 큰 광장이다. 이 주변에서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오후 3시에 줄줄이 출발한 6대의 지프차가 모두 한 장소에 모였다. 주위 산 위를 올려다보니 산 중턱을 깎아 만든 좁은 길을 산악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길 폭이 너무 좁아 보여 길 옆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어찌하나 염려가 되었다. 옆에는 하이킹하는 여성 둘이 막 도착해서 가쁜 숨을 들이켠다. 모처럼 4륜 구동 지프차 여행을 제대로 했다.
여행 후 집에 돌아와 영화 ‘꺾어진 화살’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었다. 1950년에 나온 영화인데 화질도 좋고 무료였다. 오스카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골든글로브상도 한 개 받았다. 줄거리는 서부 개척시대에 은퇴한 기병대 부사관이 호전적인 아파치족에 관심이 생겨 그들의 말과 문화를 배웠다. 그리고 기병대 장군의 요청으로 아파치족과의 평화 협정을 성사시켰다. 그래서 화살을 부러뜨린 것이다. 그리고 아파치 여성과 결혼도 했다.
하지만 과거 아파치 족에게 가족들을 잃었던 일부 백인들이 원한과 증오로 아파치족을 습격한다. 평화 협정은 깨지고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형편이 되었다. 막 결혼한 아내도 죽는다. 그래서 이 영화 이후에 ‘꺾어진 화살’이란 뜻은 평화 협정이 우발적 사고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발적 사고로 핵전쟁 위기가 발생해 ‘꺾어진 화살’이 될까바 매우 걱정들을 했다. 이 영화는 피로 얼룩진 미국 개척사의 실존 인물에 대한 내용이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세도나의 매력 중 하나는 작고 아름다운 천주교 성당이다. 사방이 커다란 붉은 암석으로 되어있어 마치 구석기 시대에 온 것 같은 곳이다. 그런 곳에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건축미를 갖춘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경이롭게 숨겨져 있다. ‘홀리 크로스 채플(Holy Cross Chapel)’이다. 마거릿 스튜어드라는 여성 건축가가 1956년에 지었다. 그녀는 전시된 글에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기념탑이 되고 인간 영혼의 영적인 요새’가 되길 바랐다. 안에 들어가 보니 고지대여서 내부의 유리창으로 주변이 파노라마처럼 잘 보였다. 마치 유리창으로 정원이 보이는 남가주 팔로스버디스에 있는 ‘여행자의 채플(Wayfarer Chapple )’을 연상케 했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기도와 명상에 잠기니 마음에 평안과 안식이 느껴진다. 삭막한 사막 같은 곳에 꼭 필요한 영적 장소이다.
일주일간 세도나에서 머물면서 대략 25마일 하이킹을 즐겼다. 이전의 여행은 새로운 곳을 찾아 장시간 운전을 했다. 하지만 세도나부터는 한 곳에 머물면서 심신을 휴식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앞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생겨 답답해지면 기를 받으러 다시 한번 세도나에 가보고 싶다. 볼텍스지역인 종 모양의 바위(Bell Rocks)에서 아침 해가 뜰 때 하는 심신 수련을 하면서 ‘볼텍스욕’으로 내 몸속의 자기장을 충전시키고 싶다. 세도나의 매력에 반했다.
윤덕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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