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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몽상] ‘네 멋대로 해라’

‘네 멋대로 해라’는 1960년 프랑스에서 개봉한 영화인데, 널리 알려진 대로 프랑스 누벨 바그의 주역이자 지난 달 스위스에서 조력사로 별세한 감독 장 뤽 고다르(1930~2022)의 장편 데뷔작이다.
 
누벨 바그도 그렇지만 고다르는 흔히 영화 언어를 혁신하고 영화라는 매체를 재발명했다고까지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특히 ‘네 멋대로 해라’에 쓰인 점프 컷이나 등장 인물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빤히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 등은 지금 봐도 신선하고 강렬하다.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진 셰버그의 첫 등장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줄거리는 까먹더라도, 요즘 봐도 멋진 차림으로 파리의 거리에서 “뉴욕 헤럴드 트리뷴”을 외치며 신문을 파는 모습은 잊기 어렵다.
 
영화사에서 워낙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이지만 지금 눈으로 보면 소박한 면도 있다. 일례로 러닝타임이 한 시간 반에 불과하다. ‘어벤져스:엔드게임’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장장 세 시간 넘는 것에 비하면 단출하다. 줄거리 따라가기도 쉽다. 요즘 블록버스터 시리즈와 달리 복잡한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이전 이야기를 몰라도 된다.
 
영화도 이를 굳이 보여주지 않는다. 장 폴 벨몽도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이 밥 먹듯 자동차를 훔치는 것, 훔친 차로 과속을 하다 우발적으로 경찰을 죽이는 것,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인들을 만나는 것 등 눈앞에 펼쳐지는 그대로다. 이 영화는 철저히 현재진행형이다. 여러 장면에서 점프 컷으로 시간의 흐름을 불연속적으로 편집해 보여주는데, 그렇다고 그 전후 상황이 헷갈리긴 힘들다.
 


물론 관객에 따라 이런 방식이 생경하게, 요즘 상업영화의 방식이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다. 마블 시리즈가 엔드게임 전후의 과거를 요약할 때 점프 컷을 쓴다면 불친절하다는 반응을 얻을 수도 있다. ‘네 멋대로 해라’는 60년대 프랑스 관객에게도 새로운 영화였지만 외면 받진 않았다.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고, 장 폴 벨몽도는 스타가 됐다. 리처드 기어 주연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도 나왔다.
 
프랑스어든 영어든 이 영화의 본래 제목을 우리말 번역기에 돌리면 모두 ‘숨 가쁜’으로 나온다. 과거 종종 그랬듯 ‘네 멋대로 해라’는 일본에서 의역한 제목을 그대로 옮겨 온 것으로 보인다. ‘숨 가쁜’보다 한결 입에 잘 붙는다. 덕분인지 요즘도 여러 분야에서 눈에 띄는 문구다.
 
어쩌면 고다르의 영화를 모르더라도, 그의 영화에 담긴 것 같은 새롭고 자유로운 시도에 대한 갈망과 호평은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것인지 모른다. 언어도, 영화 언어도 변한다. 쉽고 편안한 방식이 진부하고 지루한 것이 되기도 한다. 상업영화의 언어도 그렇다.

이후남 / 한국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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