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풋 시카고 시장 새 예산안 공개
총 164억달러 규모… 내년 재선 앞두고 재산세 동결 '선심성 정책' 지적도
라이트풋 시장은 3일 시의회에서 164억 달러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관심을 모았던 재산세 인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세금 인상 카드를 접은 셈이다.
시카고 시는 조례에 의해 재산세 인상을 물가 인상률과 연동시키고 있어 내년엔 최대 인상폭인 5% 혹은 그 절반인 2.5% 인상안이 유력했다.
라이트풋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산세 인상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선거를 앞둔 해에 세금 인상을 자제한 전임 시장을 지목하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수 시카고 시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산세 인상에 거부감을 나타내자 지난 주 동결로 입장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재산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 카지노 신설로 인한 세수 증가와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예상보다 많이 거둬진 세수 등을 꼽았다.
라이트풋은 이날 "시카고 시 경제가 엄청난 회복력을 보이면서 추가 세수가 2억6000만 달러 이상 늘었다"며 재산세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재선 도전을 앞두고 건전한 재정을 위한 재산세 인상보다는 유권자 반발을 고려, 인상 포기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예산안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아직 연방정부의 코로나19 구호기금 19억 달러가 남아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시카고 시는 이를 공공안전(1억 달러), 연금 기금(2억4200만달러), 노숙자 대책(2억 달러), 공공 주택(1억5500만 달러), 텍사스발 시카고로 보내진 불법입국자들 지원(500만 달러), 시카고에 오는 낙태 여성 지원(310만 달러), 시카고 시 테크놀로지 인프라 구축(1000만 달러)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최저임금 보장'(Guaranteed Minimum Income)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금전적 도움이 필요한 시카고 시 5000가구에 매달 500달러씩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경찰 예산도 크게 증가했다. 2019년 라이트풋 시장이 취임한 해 16억달러에서 19억달러로 17%가 늘었다. 일부에서는 경찰 예산의 대폭 감축을 요구했지만 라이트풋은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경찰 채용 확대와 헬리콥터 추가 구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라이트풋의 예산안에 대해 레이 로페즈(15지구) 시카고 시의원은 "그의 예산안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막연한 기대만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내년 시카고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폴 발라스 전 시카고 교육청장 역시 "시카고 시는 코로나19 구호기금으로 60억 달러를 받았음에도 지난해 재산세를 877달러씩 올렸다"며 "라이트풋이 재산세를 동결한 것은 재선을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차기 시장은 5억 달러~1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안고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카고 시의 내년 예산안은 올 연말까지 시의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그전까지 주민공청회를 통해 여론 수렴 과정과 시의원과 각 부처별 조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Nathan Park•Kevin Rho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