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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미국에 울린 ‘국악 한마당’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의 친한 친구가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린 아리랑 축제의 민요경연대회에 참가한다며 함께 응원하러 가자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팬데믹 스트레스에 가뭄과 폭염으로 심신이 피로했는데 속풀이 좀 해야겠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대회는 오후 4시부터 시작인데 좀 일찍 가서 앞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대회에는 총 12명이 출전해 그동안 갈고닦은 온 기량을 겨뤘다. 모처럼 판소리와 경기민요 등 국악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참가자들이 얼마나 시원스럽게  부르는지 십 년 묵은 채증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판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친구의 친구의 무대 순서가 됐다. 판소리를 배운지 반년 정도밖에 안 된다는 데 너무나 잘 불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사람도 아니고 나이가 60대 후반이라는데 노래를 사랑하는 열정이 대단해 감탄을 자아냈다. 친구의 친구는 장려상을 받았다. 배운지 반년 만에 장려상을 받다니 정말 장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민요경연대회가 끝난 다음 가요 경연대회도 이어졌다. 귀가하는 차 안에서 친구는 자기 친구를 자랑했다. 자기 집 근처에서 세탁소를 30년 넘게 하고 있는데 팬데믹으로 손님들의 발이 뚝 끊어지면서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세탁소 렌트비도 못 낼 상황이었는데 자녀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렌트비를 내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친구의 친구는 심한 스트레스로 겪고 있었는데 누가 판소리를 배워 보라고 권했고 원래 노래에 관심과 소질이 있던 터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친구의 친구 남편은 세탁소가 어렵지만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사업체라도 있는 것에 감사해 하고 있다고도 했다.  온 가족이 단결해 팬데믹의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며 친구는 자기 친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처럼 판소리 경연대회를 감상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역만리 미국에 와 정착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국악 공부까지 한 12명의 참가자와 대회를 무리 없이 이끈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분들의 판소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없었다면 미국에서 국악의 명맥을 잇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또한 아리랑 축제를 개회한 주최 측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판소리가 미국에서도 널리 보급돼 K-팝, K-영화, K-드라마처럼 알려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세계에도 널리 보급돼 한국의 기상을 드높이며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곳에서도 한국을 응원하며, 조국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미주 한인들이 참 자랑스럽다. 

김수영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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