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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마주친 눈빛

늘 그랬듯이 매년 4월의 마지막 주일이면 집 떠난 자식이 돌아오는 것처럼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올해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다시 오리라 믿는 38년의 연륜이 말해 주고 있지만 세상이 너무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현대 문명의 부산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고 또 오는 길이 이웃집이 아닌 이역만리의 먼 길이 아닌가.  
 
그들의 날개는 정말 놀라운, 믿어지지 않는 힘이다. 종족 보존을 위한 본능은 자연의 질서를 지키는 위대한 힘이다. 매일 같이 차고 문을 지켜본다. 그들의 모습이 드디어 4월 26일 약속처럼 39년의 둥지를 찾아 왔다. 항상 한 마리가 선발대로 왔지만 올해는 두 마리가 짝을 짓고 같이 왔다. 그들은 이미 계획된 일들을 하나씩 시작했다. 우린 알 수 없지만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먼저 둥지 수리가 시작되었다. 어디에선가 진흙을 묻혀 온다. 지난해에 쓰였던 둥지를 보수하였고 또 다른 가족들은 새 둥지를 지었다.  
 
따스한 봄의 기운은 짝짓기를 재촉했다. 5월 10일경부터 기쁨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알을 품었다. 이따금 수놈과 암놈은 잠시 임무 교대를 한다. 무릎과 다리의 피로감을 풀고 돌아온다.  
 
약 2주일이 지났다. 암놈의 자세가 어색함을 볼 수 있었다. 알이 부화가 되었음을 뜻한다. 아주 작은 털도 없는 불그스레한 새끼를 조심해야 하니까, 가끔 자세를 바꾼다. 6월 5일 어미는 새끼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먹이 나눔을 시작했다. 부지런한 어미와 아빠는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250번 정도나 들락거린다고 한다. 속히 보고 싶은 몇 마리의 새 생명이 태어났을까 궁금했다. 일주일 후 그들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아직 하얀 털이 보실보실 귀엽게도 생겼다. 분명히 다섯 마리였다. 대부분 네 마리가 태어나지만 이번에는 오랜만에 대가족이 생겼다. 다섯 마리를 키워야 하는 믿기지 않는 어미의 날개는 무척이나 바쁘다. 우리의 해충을 처리하는 유익한 새 제비다.  
 
어느덧 그들은 제 모양새를 갖추었다. 바깥세상 하늘은 두렵고 신기하다. 하지만 날아야 하는 본능, 드디어 날개를 폈다. 하늘을 정복했다. 얼마나 기뻤을까?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다시 또 두 번째 짝짓기를 시작했다. 이번엔 시간을 계산해야 하는 중대한 일이다. 지난해에는 두 번째 부화를 도중에 멈추고 떠난 마음 아픈 일이 있었다. 새끼가 나와도 키워서 돌아갈 시간이 없는 상황 판단을 하고 포기했던 가슴 아픈 일이었다. 공연히 신경이 쓰였다. 드디어 두 번째 종족 보존을 위한 위대한 본능은 시작되었다. 그들의 생각과 내 생각은 같았지만 그들의 계산이 정확했다. 하루 이틀… 7월 23일 드디어 네 마리 새끼의 모습이 보였다.  
 
여름의 그림자는 가을의 예쁜 색으로 물들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고난과 기쁨의 교차 속에 네 마리의 쫓기는 강남길 강행군, 어미의 생존법은 강인했다. 아침부터 몰고 어디에선가, 그리고 고공의 행진, 어미는 강훈련을 했다. 아니면 낙오되는 그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었을 게다. 하루는 새끼들이 지친 채 지붕 위에 앉아있는 처진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렇게 훈련이 마무리되는 듯했고 8월 21일 아침 온 가족이 모여 재잘대며 차고에서 소란을 피웠다. 작별인사를 했을까? 그리고 23일 차고에서 마주친 한 마리와 나의 눈빛은 무엇을 주고받았을까? 차고 문을 열어 주었다. 남쪽 하늘을 향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난 그들이 일주일 늦게 떠날 것을 예상했는데 그들은 5일 정도 먼저 떠났다. 역시 그들의 판단은 놀랍다. 차고에서의 그 눈빛. 고향 집 뒤에 두고 떠난, 특히 마지막 태어난 네 마리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오광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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