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갈팡질팡 ‘한국산 전기차’ 외교
지난 한 달 워싱턴을 뜨겁게 달군 한·미 이슈는 ‘한국산 전기차’였다. 양측의 관심이 균형 있진 않았다. 한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고 강하게 반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미국은 ‘논의하자’고 반응했다. 최근 들어 한·미가 이견을 드러낸 건 드문 일이다.지난달 7일 미국 상원의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2022) 통과가 발단이었다. 국내에선 한국산 전기차 차별법으로 알려졌는데, IRA는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약값 인하, 사회보장지출 확대 등 미국인의 지출 감소와 친환경, 복지 정책 강화가 골자다. 지난달 12일 하원 통과 후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했다.
IRA는 친환경 자동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전기차 신차 구매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 세제 혜택을 준다. 하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기차가 미국 등 북미에서 최종 조립돼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기 때문에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우려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실장이 정부합동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으로 달려갔다. 이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차례로 방미,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 카운터파트를 만났다.
움직임은 신속했지만, 메시지는 오락가락했다. 초기에는 IRA 개정을 추진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언급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출석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진행”을 거론했으나 3주 뒤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는 “IRA 조항이 WTO 조항 위배라든지 차별적 요소가 있다든지 그 사안 자체로만 접근하면 미국 정부도 설득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만나 전기차 문제로 한·미 협력 분위기를 깨거나 국내 여론이 안 좋아지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의견을 말하겠다”며 여론전에 기대는 듯한 발언도 했다.
안 본부장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면 IRA를 수정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 같다는 ‘촌평’을 내놨다.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와 협의하기 위해 방미한 한국 고위 관료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내줄 경우 IRA 개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고, 경제 안보 강화를 천명했다. 동맹 간 협력은 하지만 중요 국익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신보호무역 시대에 한국에 통상 외교 전략이 있는지 묻고 싶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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