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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퍼레이드, 보는 이가 없다

한국일보 주관의 수익사업
축제 행사지만 재단은 제외
단체·기업에 참가비 요구

한인사회 모두 함께 참여해
행사 새롭게 단장해야할 때

지난 24일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 선상의 썰렁한 거리에서 한 시니어가 퍼레이드 행렬에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김상진 기자

지난 24일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 선상의 썰렁한 거리에서 한 시니어가 퍼레이드 행렬에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김상진 기자

3년 만에 열린 ‘제49회 코리안 퍼레이드’가 주관사인 미주한국일보의 스폰서 업체를 상대로 한 무리한 참가비 요구와 행사 당일 운영 미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퍼레이드 행진에 참여했거나 이를 지켜본 관람객 상당수는 “볼거리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퍼레이드를 후원한 스폰서 업체 및 일부 한인단체는 주관사의 퍼레이드 참가비 요구에 불만을 토로했다. LA한인축제재단 측은 “퍼레이드는 축제를 대표하는 행사중 하나”라며 “매년 번창하는 축제와 달리 퍼레이드는 규모도 축소되고 호응도 예전만 못하다. 이제는 축제재단을 비롯해 한인사회 단체들과 힘을 모아 퍼레이드를 새롭게 단장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사라진 꽃차
 
지난 24일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에서는 제49회 코리안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 행사는 대표적인 축제 행사지만 축제재단이 관여하지 않는다. 주관사인 한국일보가 후원금을 받고 개최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올해 행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국일보 측은 “한인과 다문화 커뮤니티가 함께 참여하고 지켜보고 환호하는 한마당 축제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퍼레이드를 지켜본 이들의 평가는 달랐다.
 


직장인 김모(38)씨는 “퍼레이드 볼거리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꽃차’가 하나도 없었다”며 “10년 넘게 살면서 퍼레이드를 봤지만 매년 똑같다 못해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정치인, 단체장들이 차 타고 인사하는 것만 반복하니 보는 이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퍼레이드 행진에 참여한 한 한인단체장은 “행진하는 단체는 많은데 진행자가 어떤 단체인지 소개도 없이 단체명만 불렀다”며 “참가자들은 열심히 준비했지만, 주관사는 우왕좌왕하고 체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주관사인 한국일보 측은 매년 퍼레이드 하이라이트로 ‘꽃차’를 강조했다. 형형색색 화려한 꽃차를 준비해 한인사회 위상과 스폰서 업체 등을 자랑했다. 올해 퍼레이드에서는 비용 등을 이유로 꽃차 준비 자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꽃차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이층버스 2대였다.
 
참가비 요구도 빈축
 
코리안 퍼레이드에 참여한 스폰서 업체 상당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후원했다고 입을 모았다. 주관사 측은 오픈카와 이층버스 탑승 등을 조건으로 수천 달러 이상을 참가비로 요구했다고 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LA와 OC 협의회는 이번 퍼레이드에 참가비로 3000달러를 요구받았다. 양측 자문위원 20여 명은 이층 버스에 타는 조건으로 참가비를 갹출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를 지나 다들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주관사에서 3000달러를 내고 버스에 타라는 요청이 왔다”면서 “자문위원들도 부담을 느꼈지만 언론사의 요청이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 업체는 수천 달러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은행들도 예년보다 훨씬 많은 참가비 후원 요청에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한 후원업체 관계자는 “한국일보 측이 꽃차 대신 일반 차량으로 퍼레이드를 한다고 통보했다”며 “참가비 후원액을 전보다 훨씬 많이 달라고 했다. 공문 하나 보내놓고 맡겨놓은 보따리 찾아가는 것처럼 해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후원 요구가)막무가내였다. 3년 만에 퍼레이드를 다시 열면 웅장하게 볼거리를 준비하고 의미라도 살려야 하지 않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축제재단은 속앓이
 
축제재단에 따르면 퍼레이드는 축제의 일환이다. 재단측은 “원칙대로라면 퍼레이드의 내용, 예산은 사전, 사후에 재단과 한국일보가 함께 의논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퍼레이드에 대해 재단은 일절 관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예가 퍼레이드의 주인공인 ‘그랜드 먀살’이다. 축제재단은 한국일보로부터 2명이 선정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축제재단 측은 “올해 축제는 팬데믹 이후 첫 행사임에도 100만 달러 이상 매출이 확정적일 정도로 선전했다”며 “하지만 퍼레이드는 초라했다. 재단이 참여했다면 선물과 꽃차 3~4대를 준비해 볼거리를 풍성하게 할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축제재단측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퍼레이드 공동주최를 한국일보측에 제안했다고 했다. 재단 관계자는 “한국일보측에서 퍼레이드를 같이 하려면 축제 전체 행사를 공동주관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면서 “준비는 재단이 다 하는데 수익을 나누자는 뜻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축제재단 측은 향후 코리안 퍼레이드를 개방해 한인사회 대표 행사로 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단 측은 “퍼레이드 성공을 위해선 한국일보가 한인사회와 공동개최를 해야 한다”며 “또 예산과 결산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퍼레이드에 대한 한국일보의 입장을 문의했지만 마감 전 답변을 듣지 못했다. 추후 한국일보의 공식 답변을 듣는대로 보도할 예정이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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