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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일하는 노인들의 나라

가끔 들르는 도쿄(東京) 긴자(銀座)의 디저트 카페에선 백발의 여성이 서빙을 한다. 흰 블라우스에 검은 조끼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그는 올해 70세, 10년 전 은행을 퇴직한 후 이 카페에 취직했다. 일본에선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편의점에서도 노인 직원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길거리 공사 현장엔 보행 안내를 위해 길목마다 안내원이 배치돼 있다. 두 사람이 해도 충분한 일을 다섯 명이 하고 있네? 싶었는데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고령자들이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19일 경로의 날을 맞아 발표한 통계를 보면 이해가 간다. 일본에서 65~69세 인구의 취업률은 50.3%로 10년 연속 증가했다. 65세 이상에선 네 명 중 한 명(25.1%)이, 70세 이상도 다섯 중 한 명(18.1%) 정도가 여전히 일을 한다. 일본의 고령화는 더욱 심화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1%까지 오르며 세계 1위를 지켰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24.1%)·핀란드(23.3%)가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17.5%다.
 
일본의 노인 취업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 저출산 여파로 일본의 15~64세 경제활동 인구는 지난 25년 사이 약 1200만 명 줄었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70세 현역시대’를 내세우며 기업들에 정년을 65세까지 늘리고,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압박해왔다.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라기엔 그늘이 있다. 고령 취업자의 75.9%는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이고, 60세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13만 엔(약 900달러)이다. 60세 이상 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 33만 엔(약 2300달러)과 격차가 크다. 사회는 노인들에게 ‘계속 일하라’고 하지만 결국 주어지는 건 싸고 질 낮은 일자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하는 건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일본 노동조합총연맹의 2020년 조사에서 ‘60세 이후에도 왜 일하는가’란 질문(복수응답)에 ‘생활을 위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77.0%를 차지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46.2%),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33.9%) 등보다 훨씬 높다.
 
기사를 접한 후 일하는 노인들과 마주치니 마음이 복잡하다. 고령에도 계속 일하는 의미는 무엇일지, 만족스러운 급여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고령에도 원하면 일할 수 있고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는 일본의 숙제이자, 놀라운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는 한국이 곧 직면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영희 /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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