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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방 한구석이 바로 왕국

태도를 바꾸면 주변이 변한다. 이는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8부의 주제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주위 사람들의 행동과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 있다. 우리는 이를 태도라고 부른다. 기본적 태도가 두려움인 사람은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마음이 열려 있어 타인에 관대하다. 부정적인 사람은 자신의 실수도 남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게 되며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역경 속에서도 배울 수 있고 무에서도 기회를 창조하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환영을 받게 되어 매사가 기쁘고 활기차다.  
 
러시아의 유명작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 1860~1904)는 자신이 처한 역경을 스스로 극복하고 태도를 바꿈으로써 의사가 되었고 동시에 문학가로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 매일 두려움에 휩싸여 아침을 맞았다. 분명한 이유도 없이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지팡이나 채찍으로 아들 다섯과 여동생까지 몇 차례씩 후려갈겼다. 아버지는 어떤 분명한 악의나 분노가 없이 사랑해서 때리는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 가족은 날마다 지옥 같은 나날을 견뎌내야만 했다. 결국 그의 집안은 몰락하였고 온 가족은 큰 도시 모스크바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안톤은 고향 시골에 혼자 남아 고등학교를 마치기로 결심한다. 가정교사자리를 여러 곳 구해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며 방 한구석을 빌려 문학, 철학, 과학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의대 진학을 준비한다. 그 당시 10대였던 그는 왕성한 독서광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비난하는 대신 새로운 자신의 세계를 키워나가는 젊은 의학도로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모스크바 가족에 합류하게 된다. 막상 모스크바에 당도해보니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그의 가족은 모두 술과 마약에 자기 파괴적인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는 자기 가족에게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로 결심한다. 가족들에게 설교한다거나 비난하는 대신 스스로 좋은 모범을 보여주기로 한다.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의욕을 불어 넣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집 안 청소부터 다림질까지 도맡아 하고 장학금으로 동생들을 다시 학교에 보낸다. 서서히 가족들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생활이 안정권에 들어서자 그는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다. 가난하고 불운했던 고향 땅의 방 한구석! 거기가 그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 산실이라고 생각했다. 그 방 한구석에서 그는 읽고 또 읽고 그 만의 세계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가족이 모두 떠나고 그 방 한구석에 혼자되었을 때 그는 덫에 걸려 두렵다는 생각 대신, 해방감과 자유를 얻어 새로운 세계를 향해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책 속에서 길을 얻은 것이다. 그는 가슴 속 깊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농노였던 체호프 일가의 비애가 이해되었다. 아버지의 천성과 그 터무니없는 행동도 그 자신도 모르고 있고 피할 수 없는 가족력으로 내려온 덫이겠구나 생각이 드니 아버지도 무력한 희생양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아버지를 이해한 것이 토대가 되어 어느 날 갑자기 부모에 대한 연민과 조건 없는 사랑이 밀려옴을 느꼈다. 그는 마침내 원망과 분노로부터 해방감을 느꼈다. 부정적인 감정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그는 자유로웠다. 그는 이 체험을 모두 적어나갔다.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마음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자기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말을 되새기면서!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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