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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개정 형법 논란

박춘호

박춘호

작년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통과돼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형법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Safety, Accountability, Fairness and Equity-Today Law’로 불리는 개정법은 줄여서 SAFE-T법이라고 불린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현금 보석금 제도를 없애는 것이다.  
 
보석금 제도는 말 그대로 죄를 지어 기소된 자가 판사가 정한 보석금을 납부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과 함께 피의자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돈 많고 비싼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 이렇게 되면 무죄 혹은 대폭 감형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개정된 형법에서는 보석금 제도를 없애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단 판사의 판단으로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공공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구속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법의 시행이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리고 이 논란은 11월 중간선거와 맞물려 민주, 공화당 간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공화당에서 ‘시카고의 범죄가 서버브로 밀려온다'는 내용의 TV 광고 등을 내보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광고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개정 형법이 더 많은 범죄 발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1월 1일부터 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폭력범들에 대한 의무 석방으로 인해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을 대체로 700페이지가 넘는 개정 형법이 매우 복잡하며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차분한 토론보다는 선거철에 늘상 있어온 흑색, 과잉 선전으로 인해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고도 했다.  
 
사실 개정 형법은 2020년 발생한 인종차별 시위로 촉발된 소수계 커뮤니티의 요구로 추진된 점도 없지 않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전국에 인종 차별 시위가 번지자 일리노이 주의회에서도 흑인 사회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형법에 대한 개정 압박이 커진 것이다. 이는 결국 개정된 형법에 반영됐는데 현금 보석금제 폐지가 대표적인 조항이다. 이 밖에도 2025년까지 주 모든 경찰들은 바디 카메라를 부착해야 하는 것도 포함됐다. 또 경찰에 대한 민원 제기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조항들도 추가됐다. 결국 경찰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면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요소를 없애는 방향으로 형법이 수정된 것인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선거철을 맞아 정치 공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레이크카운티 검사장인 에릭 라인하트는 개정 형법을 지지하는 쪽이다. 라인하트 검사장은 현재 판사와 국선변호사, 카운티 쉐리프 등과 협의해 어떤 피의자를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할 지를 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라인하트 검사장은 기본적으로 비폭력적인 죄를 저지를 피의자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보석금 500달러가 없어 재판 기간 내내 구속되어야 하는 상황은 결국 피의자의 재산 정도에 따라 인신 구속이 결정도는 것과 다름 없으며 이는 공평한 형법 적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새로운 형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모든 피의자들이 자동적으로 구치소에서 석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검사의 요구와 판사의 결정에 따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의자들도 생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듀페이지 카운티의 로버트 벌린 검사는 개정 형법 중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조항이 많고 실제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촤근 윌카운티 제임스 글라스고 검사장은 주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입법 과정에서 주 헌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공화당의 대런 베일리 주지사 후보 역시 최근 연설에서 “경찰들은 거리로 풀려난 범죄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접하면서 경계 태세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주지사의 유약한 정책으로 인한 개정 형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제 주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현금 보석금제가 없어지면서 돈으로 풀려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다"고 주장하면서도 형법의 세부 사항이 수정될 수 있음을 밝혔다.   
 
최근 방영된 TV 광고는 납치와 강도, 2급 살인, 가중 음주운전 피의자도 자동 석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형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구속 여부는 판사가 결정한다고 지적했지만 문제의 소지는 다분하다. 도주의 우려를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 형법을 발의한 의원들이 법안을 더욱 구체화하고 다듬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개정 형법은 향후 일리노이 사법 시스템의 기본부터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유력 인사나 돈 많은 범죄자들이 자동적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이 사라질 수 있다. 동시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에 추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폐해도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개정법의 불완전성에 합의가 된 만큼 시행 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 신문 뉴스를 사칭한 거짓 정보는 충분히 걸러져야 할 것이다. 선거철을 맞아 사실 관계도 거치지 않는 가짜 뉴스가 돌아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거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시대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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