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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2016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이하 ‘올리 마키’)은 맑은 느낌을 주는 흑백 영화다.
 
1960년대 핀란드를 대표하는 복서였던 올리 마키에 대한 실화를 토대로 한 이 영화에 이렇다 할 기교는 없지만, 올리 마키(자코 라티)와 라이야(우나 라이올라)의 모습을 통해 우린 잃어버렸던 ‘순수의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중요한 시합을 앞둔 시점에서 사랑에 빠져 버린 복서. 그에겐 더 이상 경기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 보이며, 오로지 연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영화의 소박한 감성이 더욱 우리에게 각인되는 건, 그 질감 때문이다. ‘올리 마키’는 21세기 영화로는 매우 드물게, 16㎜ 흑백 필름으로 촬영되었다.
 
그러기에 이 영화는 옛날 영화, 특히 ‘누벨 바그’가 유럽을 휩쓸던 1960년대를 연상시키며, 특정 장면이 아니라 영화 전체가 지닌 톤으로 기억되는 작품인 셈이다. 감독이 굳이 이런 선택을 한 건, 관객에게 그 시절로 오롯이 돌아가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그저 인물을 따라갈 뿐이며, 결국은 사랑에 빠진 한 복서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된다. 기승전결 구조 안에서 끝내 성공을 거두는 주인공의 서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꽤나 낯설 듯. 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화면이 그립다면, 볼 가치가 충분하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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