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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과 만났다] 눈 떠보니 선진국

읽어야 할 책들이 수북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절반의 승리를 거둔 듯하다.
 
영국 시인 바이런이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져 있었다’라고 놀라 했던 말에서 차용한 이 책 제목이 요즈음 한국인들의 반신반의하는 자국에 대한 평가에 관한 의구심을 정확히 읽은, 그래서 바로 읽고 싶은 욕구를 던져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서울 나들이 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이 책의 북 토크가 열려 박태웅 작가의 말씀을 직접 듣게 되었다.
 
“절대로…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일은 하지 말 것, 꼭 의대에 가든가 공무원이 될 것을 인생 후배들에게 저주처럼 들려주고 있는 한국 사회, 질적인 전환에 맞닥뜨린 대한민국이 지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일본과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자성론과 작년까지가 대한민국이 전후 100년간의 전성기였다는 위기감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K 방역, 조선 산업과 반도체 분야의 승전고, 기생충과 BTS, 오징어 게임으로 문화 강국까지 된 마당에도 정치, 사회 전반 시스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미숙한 이유를 정확한 제시 대신에, ‘더 열심히, 가열차게 하겠다는 형용사와 부사만을 주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책 전체에서 구체적인 숫자와 예시로 입증하려 애썼다는 저자는 아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첫째, 우리만의 근대가 상실된 태생적인 비극 안에서, 조선 시대에 대한 정리나 시행착오나 반성 없이, 거의 모든 문물이 선진 외국에서 도입된 채로 모순 상황의 현대를 맞으면서 주어진 일은 빨리 일구어낸 것에 비해, 그 외의 것들에는 발전동력을 쓰지 않던 중에 달성한 의도치 않은 높은 수치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를 선진국으로 올려놓았는데, 인제 와서는 베낄 선진국 대상이 없어져 버린 상황을 인식해야 하고,
 
둘째, 모든 일이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코너까지 가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로서, 청년 정치일꾼을 쓸 때도, 근거에 의존하지 않고 갑자기 데려와서 쓰다가 버리고를 반복하다 보니, 공론화를 거치지 못한 절차로 인한 실패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고,
 
셋째, 낮게 달린 열매는 다 따 먹고 높이 달린 과일만 남은 현 상황에서, OECD 기준 세계 평균 20%인 사회적 안전핀이 12%인 우리 사회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으므로 자기가 누군지를 모르며, 자기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모른 채 가고 있는데, 자존감을 찾고 우리 스스로가 길을 열어가야 함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에서 그는, 선진국의 조건에 비춰 볼 때 보이는 한국사회의 결핍사항을 탐색하고, 상생과 합법 속 성숙한 정치적 실천을 외국의 예로 제시하며,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이 즈음의  AI와 알고리듬의 작동원리에 관한 인식과 실천의 필요성을 IT 전문가다운 숫자와 예시로 알려주고 있다.
 
온 세계가 노아의 방주를 예상케 하는 거대한 홍수와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 용기 사용을 금지한다는 우리 대한민국! 거대 선진국에서도 나 몰라라 하는 이 과제를 몸소 실천하는 대한민국, 눈 떠보니 선진국!! 맞지 않겠는가.

박영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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