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세븐업으로 '인싸' 되기
지난 칼럼에서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일곱 가지 ‘UP’, 즉 클린업(Clean Up), 쇼업(Show Up), 셧업(Shut Up), 치어업(Cheer Up), 페이업( Pay Up), 드레스업(Dress Up), 그리고 기브업(Give Up) 중, 첫 세 개를 소개했다. 읽어보신 분들이 무엇보다 셧업(Shut Up) 이 가장 어렵지만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들 하셨다. 입을 다문다는 것, 역시 강적이다!네 번째 세븐업은 치어업(Cheer Up)이다. Cheer Up이란 기분을 좋게 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다. 낙심하고 있는 사람에게, Hey, cheer up! 이라고 말하고, 건배를 들 때도 Cheers! 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경기장에서 치어리더들을 보면 누구나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평생 치어리더가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에게도 칭찬과 격려는 늘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링컨 같은 위대한 대통령도, 피살 후에 보니 양복 주머니 안에서 한 시민의 감사편지가 나왔다고 한다.
‘인싸’와 ‘아싸’를 아시는지? 인싸는 인싸이더, 아싸는 아웃싸이더라는 말이다. 인싸이더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사람이다. 인싸이더, 그것도 핵인싸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만나는 사람에게 치어리더가 되는 사람들이다. wet blanket이라는 말이 있다. 젖은 담요! 만나면 축 쳐지고 기분이 가라앉게 되는 사람을 열심히 찾아 만나고 싶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같은 심리치료사를 제외하고는. 사는 게 힘들다 해서 주위 사람에게 늘 젖은 담요가 된다면 인싸로 살 수 없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고 기분 좋게 해주려고 노력할 때, 핵인싸로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기분 좋은 관계가 주는 행복감 덕분에 나란 담요도 늘 뽀송뽀송할 수 있다.
그 다음은 페이업(Pay Up)이다. 대접만 받으려 하지 말고, 돈을 낼 수 있을 때는 돈을 내라는 것이다. 상담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조금 일찍 은퇴한 나는, 연금을 받게 되면서 여러 사람에게 큰소리를 쳤다. 평생 밥을 사주겠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많은 사람에게 약속을 한 것 같다. 좀 떨린다. 하지만 그 말을 할 때마다 얼마나 행복했던지!
상담을 막 시작했을 때, 상담 분야 대선배이신 뉴욕의 한 선생님을 만나 뵈려 약속을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식사 비용은 반드시 더치페이로 하지 않으면 안 만나겠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마음이 불편했지만, 연로하신 선생님과 더치페이를 하면서, 나도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잘 안된다. 만나는 분들이 다, 늘, “다음부터!” 이러시기 때문이다. 여건이 허락만 한다면, 크든 작든 대접하려는 자세는 아름다운 것 같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신 엄마가 구순을 맞이하실 때였다. 우리 자녀들은 당연히 구순 식사 자리를 의논 중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얘들아, 지금껏 평생 너희들이 생일을 차려주었으니, 이번 나의 아흔 번째 생일은 내가 너희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좋은 데 예약을 해라. 말도 안 된다고 말렸지만, 결국 엄마의 뜻을 꺾지 못해, 엄마의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 증손주들까지 수십 명이, 구십 엄마가 사주시는 뷔페를 황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항상 치어업,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페이업도 하면서 관계의 열매가 풍성해가는 가을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