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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의 시사분석 박세리와ㅏ 허버트 콜러 주니어

박춘호

박춘호

한국에 살든, 미국에 살든 한인이라면 누구든지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있다. 1998년 박세리가 US 여자 오픈에서 발목까지 차는 물에 들어가 샷을 하는 장면이다. 당시 한국은 IMF 구제금융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였는데 이 장면은 곧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전진하는 한인들의 굳은 의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자리잡았다. 그 샷으로 박세리는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었고 이후 LPGA에서 맹활약하며 세계 여자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은퇴한 뒤 지금도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지만 박세리 하면 떠오르는 샷은 아마도 그 워터 해저드 샷이 아닐까 싶다.
  
그 샷이 나왔던 장소는 위스콘신주 콜러시에 위치한 블랙울프런 골프장이다. 콜러시는 쉬보이간의 작은 도시로 시카고에서는 차로 두 시간 가량 걸리는 곳이다. 박세리의 유명한 샷은 18번홀에서 나왔는데 사실 평소에는 페어웨이 벙커가 있던 곳이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워터 해저드로 바뀐 것이다. 아마도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그랬던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도 평소에 가면 골프장 설계자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피트 다이 코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페어웨이를 따라 난 넓고 긴 벙커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블랙울프런 골프장은 콜러사 소유다. 콜러사는 주방과 욕실 용품 제조사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허버트 콜러 주니어 회장이 재임하면서 골프장과 레저, 숙박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블랙울프런 골프장과 함께 PGA 챔피언십과 라이더컵 등이 열린 인근의 위슬링 스트레이츠 골프장도 콜러사가 소유하고 있는데 이 골프장의 그랜드 오프닝과 관련된 일화도 박세리와 연결된다.  
 
위슬링 스트레이츠 골프장은 1998년 개장했는데 개장 기념식은 당초 US 여자 오픈 폐막 다음날인 월요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박세리의 워터 해저드 샷으로 승부가 연장으로 접어들면서 대회가 하루 더 연장되고 말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 대회 규정이 연장전도 18번홀 승부로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위슬링 스트레이츠의 개장일은 당초 월요일이 아니라 화요일로 연기되고 말았다. 개장일 특별 초대 손님은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었다. 허버트 콜러 주니어 회장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개장 기념 라운딩을 가졌는데 내기 골프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 내기 골프에 걸린 돈은 1달러였다고 한다.
 


박세리가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린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고 14년만인 2012년에 같은 대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당연히 대회를 주관하는 콜러사에서는 박세리에게 정성스런 대접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 그 해 대회 디펜딩 챔피언 역시 유소연이었다. 메이저 대회의 지난 대회 챔피언과 전년도 디펜딩 챔피언이 모두 한인 골퍼였던 것이다. 당시 중앙일보는 대회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서 콜러사가 선정한 커뮤니티 파트너로 조인했다. 허버트 콜러 주니어 회장이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서는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보고 특별히 배려한 것이다.  
 
이런 배려는 대회를 앞둔 1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대회를 알리는 기자회견장에 LPGA 레전드인 낸시 로페즈를 초청해 박세리가 LPGA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을 설명하며 LPGA가 글로벌 대회로 확장될 수 있었던 관문이 바로 박세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박세리와 유소연을 초청해 한인 사회만을 위한 별도의 기자회견과 커뮤니티 환영 행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이를 위해 플로리다에서 시카고로 이동해야 하는 박세리에게 콜러사는 전용 제트기를 내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허버트 콜러 주니어 회장은 한인들을 초청해 두 골프장을 자세히 설명해줬고 중서부 최고 숙박시설로 유명한 아메리칸 클럽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아메리칸 클럽은 콜러사에 근무하던 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였다가 숙박시설로 개조한 곳이었는데 화려하고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역사와 고풍스런 내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욕조 시설을 생산하는 콜러사 답게 스파와 샤워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콜러 회장은 또 직접 대회장을 설명하면서 2개의 18번홀 코스를 합쳐 챔피언스 코스로 만들었다는 점을 한인들에게 소개했다.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친필 서명이 들어간 서한을 통해 정중함을 보여줬다.
 
2012년 US 여자 오픈 대회 기간 중에는 콜러 회장이 직접 카트를 몰고 대회장 곳곳을 누비며 현장을 챙겼는데 특히 박세리의 샷 하나 하나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홀에서 실수로 보기를 하더라도 다음 홀에서 바로 버디로 만회하는 박세리의 플레이를 보고는 LPGA 퀸으로 손색이 없다며 환하게 웃곤 했다. 이 대회에서도 한인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최나연이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2위는 양희영, 아마추어 우승은 리디아 고가 차지해 한인 선수들이 대회를 휩쓸었다. 콜러 회장은 콜러와 한국이 모두 K로 시작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콜러 회장은 지난 3일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미 콜러사의 회장직은 아들에게 내준 뒤였지만 그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회원제가 아닌 퍼블릭으로 운영되고 있는 블랙울프런과 위슬링 스트레이츠를 능가하는 최고의 골프장을 또 건설하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서부 골프 산업에 큰 기여를 했다. 한인들의 기억 속에서도 박세리가 활약했던 그 곳, 한인 사회에 대한 배려 등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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