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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두 번째 언어

(…)// 꿈이 고이는 밤이 되면/ 옷을 벗고/ 가면을 내려놓고/ 화장을 지운다/ 낮에 걸쳤던 나를 벗어 던지고/ 봄의 잔상에 젖은 불 속으로 찬란하게 타들어 간다// ‘타오르는 방’이라는 2014년에 쓴 나의 졸 시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3부에서는 역할놀이의 법칙(Role Playing)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가장 멋지게 보일 수 있는 가면을 쓴다. 겸손하고 자신감 있고 성실한 모습을 가장한다. 상대에 관심이 있는 척하고 내면의 불안과 시기심을 감춘다. 그런 겉모습을 실제라고 착각하지만 다행히 사람이 쓰는 가면 틈 사이로 가끔 진짜 감정이나 무의식적 욕망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사람은 표정이나 목소리 그리고 초조할 때 나오는 몸동작 같은 비언어적 신호(두 번째 언어)까지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두 번째 언어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맡은 역할을 가장 잘 연기할지 그 방법도 알려준다.  
 
이에 관련해 가장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은 셰익스피어다. “세상이 모두 무대요 사람은 모두 배우일 뿐이죠”라고. 더 나은 의사소통을 위해 두 번째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고 오해의 소지를 좁혀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꽂고 있어 환자와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경우 우리는 환자에게서 두 번째 언어를 읽어내야 한다. 환자의 눈빛과 몸짓을 통해 환자의 마음을 읽고 예,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유도한다. 또한 환자의 신체가 내보내는 에너지를 흡수해 그들의 미세표정까지 살펴야 하고 그들의 감정에 전염되어야만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병원에서 자주 만나는 환자 중에 뇌졸중 환자가 많이 있다. 뇌졸중 환자의 후유증은 천차만별이다. 심하면 수 시간 내에 사망하는 경우에서 약한 경우는 후유증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보통 반신마비나 언어장애로 말을 못하는 경우, 혹은 인지장애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두 번째 언어만이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 된다. 한번은 파킨슨 질병이 빠르게 진행되는 바람에 몸의 근육이 다 마비되어가는 환자를 방문하게 되었다. 정말 놀랍게도 인공호흡기와 호스로 음식공급을 받을 뿐만 아니라 안면근육도 다 마비되었고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눈동자뿐이었다. 다행히 간병인이 그녀의 눈동자를 읽어주어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감동 그 자체였다.  
 


인간이 나누는 모든 의사소통 중에 65% 이상이 비언어적 소통이지만 그중에 사람들이 인지하고 내면화하는 정보는 겨우 5%에 불과하다는 연구가 있다. 우리는 대부분 ‘말’에 비중을 두지만 실제로 말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감추는 데 더 많이 사용한다. 비언어적 신호는 말로 강조하려는 내용과 메시지의 숨은 뜻, 뉘앙스를 알려준다. 두 번째 언어는 사람들의 기분과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여러 감각을 다 열어 놓기 때문에 신체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쇼펜하우어는 ‘이 세상 악마나 바보는 뿔을 달고 있거나 종을 울리며 다니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치 달과 같아 오직 한 쪽밖에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인격(personality)이라는 말은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서 나왔다.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뜻이다. 남들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쓴다. 인간의 본성 중에 있는 부정적인 면들이 가면 없이 다 보인다면 우리는 상처받을 일이 너무도 많을 것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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