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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순자 사건' 통역관 책 펴냈다

'40년 경력' 폴 이 법정통역관
LA폭동 피해자 기록담아 발간
"그날의 절규 생생, 악몽 여전"

폴 이

폴 이

30여년 전 '두순자 사건'의 통역관으로 활동한 폴 이(한국명 이호재·60·사진)씨가 4·29 LA폭동 관련 책을 발간한다.
 
통·번역 경력 40여년인 이씨는 올해 4·29폭동 30주년을 맞아 집필한 영문책 'L.A. Riot 4-29-92: Prayers of The Forgotten(4·29폭동:잊혀진 자들의 기도)'을 낸다.
 
영문으로 집필된 이 책은 한인들의 시각에서 본 1992년 LA폭동과 그 당시 피해를 기록하고 폭동의 도화선이 된 인종 문제도 파헤친다.
 
이씨는 "역사적인 입장이나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감정 없이 4·29폭동을 기술한 책들은 많지만 한인 피해자들의 시각을 담은 영문 책은 거의 없다"며 "매년 4·29폭동이 회자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 한인들이 겪은 폭동의 피해를 주류사회에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고 계기를 전했다.
 
책에는 LA폭동의 씨앗이 된 1991년 두순자 사건의 통역을 맡았던 당시 상황도 담겼다. 한인 1호 공인 법정 통역관이었던 이씨는 부담감을 못 이겨 포기한 동료 통역관을 뒤로하고 단독으로 이 사건의 통역을 맡았다.
 
그는 "모든 사회와 언론이 주목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압박감이 심했다"며 "특히 두순자씨가 살해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을 통역할 땐 단어 하나도 틀리지 않기 위해 초긴장 상태였다"고 전했다.
 
두순자 재판을 계기로 형사법원 사건을 맡기 시작한 이씨는 로드니 킹 연방 법원 재판에서도 한인 증인 통역관을 맡았고, 4·29폭동 피해자들의 스몰 클레임 통역을 맡았다.
 
1996년에는 당시 통역관으로 보고들은 법정 일화를 담은 책 '나, 샤-워한 김치는 싫습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씨는 "나도 4·29폭동 피해자다. 당시 한인타운에 거주했지만, 난리 통에 포모나 지역 부모님댁으로 가족들과 함께 피신을 갔다"고 전했다.  
 
또 그는 "길거리는 화재로 다 탔고 흑인들은 한인들이 보이면 물건을 던지고 때렸다"며 "아직도 그때의 악몽을 꾼다. 여전히 그들의 절규가 생생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4·29폭동은 백인과 흑인들의 갈등 속 한인들의 등이 터진 사건"이라며 "인종차별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는 이상 제2의, 제3의 LA 폭동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의 저서는 2~3개월 안에 전자책(e-book) 형태로 발간될 예정이며 온라인 서점들을 통해 살 수 있다.

장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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