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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충고(忠告)

충고란 말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알림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스승이 제자에게 꼭 주고 싶은 말이나 친한 친구나 선배가 아끼는 친구나 후배에게 주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말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우리가 아는 진실한 충고는 공자가 안유에게, 석가가 아난다에게 준 충고가 옳은 충고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에서 많은 충고를 듣습니다. 조폭 두목은 부하에게 충고하고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에게 충고합니다. 그러나 많은 충고는 자기의 잇속을 위하여 하는 말이거나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한 말이 많습니다. 그리고 충고한 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충고를 따라 행동한 사람이 책임을 지게 마련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에 나오는 헨리라는 친구의 충고입니다. 도리언은 매우 준수하게 생긴 미남 청년입니다. 그는 순수하고 세상의 물이 들지 않은 청년입니다. 그의 친구 바질은 도리언의 초상화를 그립니다. 그는 이 초상화를 필생의 작업으로 온 정성을 다합니다. 그리고 초상화가 완성됩니다. 도리언은 만족하여 집에 걸고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초상화야 너는 늙더라도 나는 늙지 않을 거야.” 그런데 헨리라는 친구가 옵니다. 그리고는 “너는 아주 잘생기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인생은 한 번밖에 없는 거야. 그러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속삭입니다.  
 
도리언은 시빌이라는 여배우와 사귀게 되고 깊은 관계에 빠집니다. 그런데 시빌은 도리언에 빠져서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연기를 잘 못 하는 시빌을 보고 도리언은 결별을 고하고 떠납니다. 시빌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맙니다. 그런데 헨리는 도리언에게 “그건 아무것도 아니고 너의 책임은 없어.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말고 다른 여자를 사귀면 돼”라고 속삭입니다. 도리언은 집에 돌아와 초상화를 바라봅니다. 초상화의 도리언은 얼굴이 좀 흉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도리언은 그림을 창고에 처박아 두고는 다시 나와 방탕한 삶을 삽니다. 물론 그때마다 헨리가 나타나서 도리언이 망가지도록 충고를 합니다. 그리고 방탕한 삶을 살 때마다 도리언의 초상화는 점점 더 늙고 흉측하게 변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다 도리언은 어느덧 30대 후반이 됩니다. 어느 날 도리언이 집에 돌아와 초상화를 보니 초상화는 아주 흉측한 모양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도리언은 그 초상화의 가슴을 칼로 찌릅니다. 그러나 그 칼은 초상화가 아니라 도리언의 가슴에 깊이 박혀 도리언이 죽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리언이 죽는 때에는 충고하던 헨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충고하는 헨리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새 유튜브에는 과거 화려하게 살던 유명한 배우나 가수들이 옆의 사람 충고를 듣고 투자했다가 망하여 전 재산을 빼앗기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열심히 일해 재산을 모았지만, 그 재산을 지키는 방법을 몰랐던 그들에게 충고하는 아첨자들이 몰려옵니다. 그리고 여기 투자를 해라 저기 투자를 하라 하고 마치 요새 신문에 떠드는 옵티머스 사건, 대장동 사건 같은 도적들이 수천억씩을 챙기고 투자자들을 망하게 하는 사건에 휩쓸려 들어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배우들이나 가수들에게 충고하던 사람들은 아무런 책임 없이 도리언이 죽음을 맞이할 때 그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은 헨리처럼 무책임합니다.  
 
지금도 정치를 해본 일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많은 사람이 충고합니다. 그들의 충고는 정말 마음에서 나온 충고일까요, 아니면 도리언을 망치려는 헨리의 충고일까요.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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