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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백악관의 도어스테핑

지난 6월 17일 미국 백악관 사우스론의 헬기 탑승장 앞에서 한 무리의 기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 기자가 물가 상승에 대한 정유회사의 책임에 관해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첫째, 지금 정유회사들은 원가보다 너무 비싸게 기름값을 받고 있다. 둘째, 정부는 시추 허가를 내줬는데도 이들은 추가 생산을 안 하고 있다. 셋째, 지금 물가는….”  
 
질 바이든 여사가 “이제 가야 한다”며 쿡 찌르지 않았으면 이야기는 더 길어질 뻔했다.
 
모든 출입기자에게 열려 있고, 아무 질문이나 할 수 있는 이곳이 미국판 ‘대통령 도어스테핑’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출장이 잦은 데다, 매 주말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로 향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평균 4, 5번은 이런 질문 기회가 주어진다.  
 


언뜻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은 즉흥적인 것 같지만, 앞서 성명을 통해 밝혔거나 대변인 브리핑에서 나온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 조율이 돼 있는 것이다.
 
매번 성실히 답변하는 것도 아니다. 거대한 헬기가 시동을 켜고 굉음을 내고 있는 옆에서 질의응답이 길게 진행될 수 없다.
 
쏟아지는 질문에도 답변 없이 곧장 헬기에 오르기 일쑤다. 메시지를 내보낼지 말지부터 그 길이까지 모두 대통령이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이날도 마지막에 나온 “20억 인도인이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인도 방문할 거냐”는 예상 밖의 질문엔 “이미 두 번 다녀왔고 또 갈 거다”라는 짧은 답변만 남기고 헬기에 올랐다.
 
언론을 대하는 대통령의 표정, 발언 길이, 사용한 단어는 그 자체가 정치적·외교적 메시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비판이 집중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도 “휴가 중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율 떨어지니 당장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도어스테핑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방식에 대한 고민과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미 백악관이나 국무부 대변인들도 매일 오후 진행하는 브리핑에서 쏟아질 기자들의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 오전 시간을 오롯이 할애한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각 부처와 미리 조율해 메시지도 통일하는데, 지금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에 앞서 이런 준비가 있는지 의문이다.
 
도어스테핑을 윤석열 정권의 상징으로, 혹 다음 정권까지 이어질 전통으로 삼고자 한다면, 대통령의 임기응변만으론 쉽지 않을 거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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